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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조엘 피터 위트킨 : 열화당 사진문고, 감상.

by UVRT 2008. 12. 24.


조엘 피터 위트킨(열화당 사진문고)

저자
조엘 피터 위트킨 지음
출판사
열화당 | 2003-11-01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열화당 사진문고 조엘 피터 위트킨편. 그는 죽음과 육체, 성 등...
가격비교

진집을 감상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사진집이야 말로 불타는 이미지의 세계! 그 뜨거운 세계를 느껴라! 차가운 렌즈로 그들은 타오르는 세상을 찍는거다. 가장 감상적인 감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난 감수성 따윈 개나 줘버린 메마른 녀석이니까 일단 마구잡이로 가자.

엘 피터 위트킨. 이름부터가 솔직히 맘에 듭니다. 저 위트킨이라는 단어. 딱 맘에 들어요. 적당한 유머러스, 그리고 있어보이는 강세, 거기다가 로스케나 도이체 사람들 같은 절제된 느낌까지. 단지 이름이 맘에 든다는 것으로 이 책은 평가에서 +2를 받습니다. 뭐, 이 분이 뭐하는 분인지는 딱히 몰라도 됩니다. 단순하게 생각합시다. 사진가입니다. 그것도 괴기스러운 사진을 찍는 사진가죠.

다리가 없는 사람이 매우 수치스러운 옷과 매우 부끄러운 자세로 사진기 앞에 서 있습니다. 말은 커다란 성기를 드러내고 그 앞에는 눈이 가려지고 온 몸이 묶인 발가벗은 여자가 쓰러져 있습니다. 곧이라도 강간당할 것 같은 그 한 컷. 잘려진 머리와 열려진 두개골, 그리고 그 머리에 담겨진 과일과 가려진 눈. 팔이 없는 통통한 남자를 그는 판으로 만듭니다. 털이 북슬북슬한 말굽 발과 머리에는 가시 면류관. 그는 공허한 눈길로 평야를 바라봅니다. 잘려진 팔다리는 의자 위에 메달리고, 열린 가슴은, 뜯겨진 몸통은 바닥을 뒹굽니다. 말라버린 육신은 성기를 그대로 축 늘어뜨린 채 비참한 삶 속에서 예수같은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없이 괴기롭고, 잔혹하며, 또한 시체애호적인 그의 사진에서 전 오히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느낍니다. 그는 사회적 소외자와 약자와 그리고 제도권의 밖에 있는 사람들을 찍습니다. 팔이 하나 없지만, 그는 그 속에 숨겨진 불꽃같은 예술을 찾아냅니다. 죽어버린 머리에서도, 잘려버린 다리에서도, 멀어버린 눈 속에 일렁이는 혼을 바라보는 그는 사진기를 듭니다. 시체에 과일을 담고, 허공에 시체를 걸어두는 그는 인간이지만, View-Fider를 통해 차갑게 쏘아지는 그의 눈은 신의 눈입니다. 모든 인간을 연민으로 바라보는 냉혹한 신의 눈에 비치는 세상을 그는 찍어냅니다. 그리고 그 세상은 너무나도 웃기고, 괴롭고, 슬프고, 잔혹하고, 아름다우며, 따뜻합니다.

엘 피터 위트킨의 사진은 미성년자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지 단순한 시체애호나 가학적이상성욕, 소아성애 같은 변태성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분명 그 사진에서 사람을 보았고, 그들의 혼을 느꼈습니다. 전 자신있게 말하건데 위트킨은 대단한 작가이며 또한 만물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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