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독서

고목탄, 감상.

by UVRT 2008. 8. 17.



고목탄

저자
나카가미 겐지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1-03-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피라는 생명의 근원과 원시의 자연 속에 녹아드는 노동의 견고한 ...
가격비교

... 너무 심심해서 독서실에 있는 책 중에서 볼만한걸 찾았는데 이름이 딱. 있길래 뽑았다. 솔직히 70~80년대 무협지로 예측하고 뽑았는데 허를 찔러 그 시대의 일본문학이었다. 탄도 쏠 탄이 아니라 여울 탄. 일단 뽑았는데 딱 느낌이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보던 일본 문학이다. 그래서 봤다.

'나카가미 겐지와 더불어 일본 근대문학은 끝났다.'

대단한 말이다. 그것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은 이 말을 한 사람이 기라타니 고진이라는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한 사람의 종언과 한 흐름의 종언을 같이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최근 들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일본 문학-오쿠다 히데오 같은 21세기 작가들의 책-의 흐름에서 이 책은 정말 재미없어 보인다. 한국 문학이라 일컬어지는 옛날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최인훈이나 박경리와 김애란, 천명관의 세대차이로 봐도 괜찮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혈연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어려운 소재를 이 책은 완벽하게 다루고 있다. 그저 무덤덤히, 살다보면 그런거지. 책의 중심인물인 류지의 말처럼 '그런건가. 어쩔 수 없는거지'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얽메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살아가야 하니까. 일단 내가 살아가야 하기에 난 이렇게 행동하고, 이렇게 말하며, 이렇게 하는 것이다. 단지 살아가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혀서 잔혹하지만 일상적인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책에서 최근 일본 소설의 주류인 말세적인 배경을 어느정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시대의 책이라면 말세적 배경을 인물들이 극복하거나, 더욱 말세적으로 만들지만 70년대는 좀 더 사람에 집중했다. 미쳐버린 환경에서 고뇌하며 떨고있는 인간 군상들을 보였다. 그들은 살기 위해 사랑하고, 일을 한다. 단지 살기 위해서.

애달프고 사랑스러운 인물들은 극단적인 해결방법을 취하지만, 그것조차도 아름답고 불쌍해보이고 숭고하다. 이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단지 살기 위해서 그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목탄의 이야기는 이렇게 말해준다. 위대한 이상도 숭고한 가치도 없이 그저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사람답고 사랑스럽지 않은가. 사람은 살아있기에 사람이고, 그거 살아있고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이다.

 

-------------

 

간만에 70~80년대 작렬. 너무 오랜만에 느껴지는 향수입니다. 아버지 몰래 숨어서 걸리면 맞기도 했지만, 그래도 재밌었던 그 때의 책들. 그 때는 그저 야하게만 봤겠지만 지금은 사무칠정도의 인간애들이 느껴집니다.

 

사람은 사람이기에,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

 

p.s : 기욤 뮈소를 드디어 볼 생각입니다. ... 너무 기대하면 재미없는거 아냐!?


'책과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의 피크닉, 감상.  (0) 2008.08.19
사랑하기 때문에, 감상.  (0) 2008.08.19
루다와 문 시리즈 세권 감상.  (0) 2008.08.08
푸른 불꽃, 감상.  (0) 2008.08.04
모방범, 감상.  (0) 2008.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