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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선답 진리를 묻고 깨달음을 답하다 : 경허 문하 선지식 13인의 선문답, 감상.

by UVRT 2008. 12. 16.


선답

저자
김성우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08-05-12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그대 마음 가는 대로 사시게나! 현대불교신문 취재 부장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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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을 다시 읽어도, 새로운 길이 보인다. 사실 깨달음이란 설명할 수 없고 불교의 정수란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 썼던 글처럼 써보겠습니다.

언젠가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깨달은 바를 설명하라 했습니다. 많은 제자들이 설명했지만, 결국 부처님은 연꽃을 비틀며 웃은 가섭이 자신의 골수를 얻었다 하셨습니다. 이 것이 염화미소입니다. 깨달음을 얻었다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요, 얻지 못했다는 것도 잘못이며, 얻거나 얻지도 못했다는 것도 잘못입니다. 생구(生句)를 생구라 하는 순간 이미 사구(死句)가 되어버립니다. 말로 설명되는 순간 이미 깨달음에서 멀어지니 이러한 연유로 스님들은 참오를 하시나 봅니다.

부처님이 설하신 적 있다고 하시면 부처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오, 설하신 적 없다고 하시면 경을 더럽히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깨달음은 설할 수 없기에 설하신 적 없지만,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설한 것이 경이기에 설하신 적이 있기도 하십니다. 저도 깨닫지 못한 중생에 불과하지만 깨달음은 어디라도 있습니다. 천지만물이 부처요, 세상만사가 불법인데 대체 어디서 뭘 찾고 있는 걸까요. 이래서 덕산스님은 방을 드셨고, 임제선사는 할을 하셨습니다. 세상 모든 미망을 날려버리는 사자후를 통해 중생의 번뇌망상을 날리려 하셨고, 모든 번뇌를 깨는 방을 통해 중생의 깨달음을 도우려 하셨습니다.

남전 대사가 고양이를 들고 말하셨습니다. "일러라. 이른다면 베지 아니하리라." 하지만 아무도 남전 대사의 피같은 말을 알지 못해 결국 고양이는 죽었습니다. 그리고 조주선사는 신을 머리에 이고 나가버림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공은 공이라 하여도 공이 아니고 공이 아니라 하여도 공이 아닙니다. 색은 곧 공이요, 공은 곧 색이니, 색과 공은 다르지 않고 공과 색은 다르지 않습니다. 뺨때리고 몽둥이질에 사자후 일갈까지 깨달음은 말이나 글로 전해질 수 없습니다.

수많은 스님들이 깨달으셨고, 그렇기에 서가모니불은 자신 이전에도 항하사의 부처가 있었고, 자신 이후에도 항하사의 부처가 있을 것이라 하셨나 봅니다. 서가모니불 입적 후 56억 7천만년이 지나야 나타난다는 미륵불을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 주변은 모든 것이 부처이자 스승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부처라는 것을 깨달아 아무 것도 걸림이 없이 살게 되면 이것이 공자가 말한 종심소욕불유구의 경지와 다를게 뭐가 있겠습니까.

"세상 만물이 하나로 귀일한다는데, 그럼 그 하나는 어디로 갑니까?"

청주에서 만든 베적삼이 일곱근이었습니다.


瑞雲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