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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 : 단맛 쓴맛 매운맛 더운맛 다 녹인 18년 사랑, 감상.

by UVRT 2008. 12. 6.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

저자
김찬웅 지음
출판사
글항아리 | 2008-04-21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사대부 할아버지가 손자를 키우면서 눈물과 한숨과 웃음올 쓴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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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판타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다. 판타지를 알게 된지 몇년이 지나서야 유럽 중세를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나라도 꽤나 재밌다는 생각. 유럽 중세의 기사도가 간지라면, 우리나라의 선비정신은 혼이 살아있지 않냐. 도끼자루 박아놓고 까자는 정신은 꽤나 간지다. 사실 기사도의 로망도 원탁의 기사와 팰러딘에서 생긴 것 같긴 한데, 나름 멋지다. 교황청도 간지고. 

... 뭐, 어쨌든 이 책은 이건문의 '양아록'을 기반으로 하여 약간의 주관적 편집을 거쳐서 나온 책이다. 그런데 어차피 뒷쪽에 원문이 실려 있어서 이걸 한권 사면 상당히 해결되는 부분이 많다. 유서깊은 사대부의 몰락은 별 거 없었고, 유배생활도 정말 대역죄인이 아니면 나름 치부도 가능한 세계였다. 사실 세력 다툼에서 물러난 거유(巨儒)를 홀대했다가 나중에 다시 복권했을 때 쪼잔하게 보복하면 어떻할건가. 알아서 기어야지.

이 문건의 정성은 정말 대단하다. 사실 친지, 가족이 그렇게 게속 죽어나간다면 나라도 하나 남은 손자가 정말로 귀할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유명한 사대부의 뼈대깊은 선비가 이정도로 양육에 힘을 쓰고, 노심초사 하는 부분에서 역시나 부모마음은 언제 어디서나 똑같다. 내리사랑이야 어디 가는 곳이 있겠는가. 짧지만 정성스럽고, 자식을 위해 스스로를 다잡는다. 아이는 어른을 보고 배우지만, 어른은 아이를 통해 자신을 닦는다. 한쪽으로만 기우는 것은 없다. 세상은 균형을 이루니까. 

손자를 향한 할아버지의 정성이 느껴지고, 조선 시대, 우리의 중세에 명문의 자손들은 어떻게 자랐는지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뒷쪽의 원문을 해석하다 보면, 한자 실력도 늘 것 같다. ... 이거, 은근 만능이다.

인적으로 양아록에 대한 입문서로는 최고로 치고 싶다. 다른 책들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어떠한 부족함도 느끼지 않았다. 입문서겸 완결서다. 양아록에 대한 연구서를 사 볼 생각이 아니라면 난 다른 책들보다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