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들을 정리하면서, 어디선가 발견한 약간의 독후감들. 예전에 썼고,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지만 기억에서 잊혀져 있던 것이 새로이 발견되는 것은 언제나 작은 기쁨이다. 그렇기에 이하의 글은 최소한의 수정만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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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스럽다. 어떻게 보아도 바나나스럽다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원서로 본 적은 없어 문체에 대해 논하기는 힘드나 분명 이 글은 바나나의 느낌이 난다. '무슨 말이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뭔가 한켠이 아리다. '키친'이 후 청므 보는 바나나의 글이지만 - 그 '키친'조차도 몇년전에 보았지만- 이 책은 '키친'의 느낌을 갖고 있다. 살면서 겪을 법한 일. 소설이 있을범직한 이야기라는 정의에 너무나 충실하다. 어렵지 않지만 어렵고, 쉽지만 쉽지 않다. 처음 읽는다면 분명 어리두절 할 것이 틀림 없다.
이야기는 화자의 정신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매우 일상적이다. 바나나의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정말로 아르헨티나 빌딩이 있고, 아르헨티나 할머니가 살았더라도 독자들은 아마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바나나느 영원히 기억할 누군가를 찾게 만들었고, 영원히 기억되는 누군가를 추억하게 했으며, 영원히 기억될 사람이 되었는지 생각하게 했다. 슬픈 기억이든 기쁜 기억이든 그 감정의 격렬함이 씻기지 않아 우린 그 '것'을 추억한다. 하지만 결국 감정이 옅어지며 잊혀진다. 그것이 싫어 추억을 기록하고, 만들고 바라본다. 헛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가. 인간은 영원을 동경하기에 예술을 한다고 한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을 흉내내며 한 것이 예술이라 한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정은 정말 순수해서 욕심같은 것이 아니라 깨끗함일 것이다. 그리고 그 열정은 구구를 위한 것일까.
바나나는 사랑을 외쳤다. 무한을 추구하고 영원을 좇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다. 내가 사랑하기에 그 사람이 영원하기를 바라기에 그 사람을 위해 쌓고, 만들어 추억하려한다. 하지만 결국 추억은 바래기에 무한의 축목이 사랑하는 이에게 깃들기를 빈다. 사랑하기에.
아련한 그리움, 아픈 이별, 그리고 사랑하던 이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아린 감정을 느낄 수 있ㅇ르 것이다. 확실히 아리다. 무언가 마음의 한 켠이 꿈틀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던 이가 영원히 살기를 소망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누구라도 이 책이 심장 한 켠에 있던 아련함을 자극한다고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숨겨놓고 가끔 볼 것이다. 볼 때마다 한 켠이 아릿할테니까.
난, 이 아련함 때문에 바나나를 좋아한다. 난 바나나가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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