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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달의 바다, 감상.

by UVRT 2008. 11. 22.


달의 바다

저자
정한아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7-07-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7년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당선작 취업준비생인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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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사실 멀지 않은 사실인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대학에 간다. 대학을 졸업하면? .... 뭐, 별 수 있나. 백수지. 아. 왜이렇게 암울하지. 책 내용을 떠올리니 저런 미래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거 참. 힘드네.

세상은 모두 참 힘든 것 같다. 지금은 특히 더. 정치인들이 개판이라서 그렇다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장중지수가 반토막이 쳐도 주식이 없어서 체감이 안되는 난 아직도 영원히 어린 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책 또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 그래서 난 책에서 위로받고 싶었다. 나라도 희망이 있다는 걸 말해줘. 나 같은 녀석도 언젠가 희망이 생길꺼라고 해줘. 날, 응원해줘. 제발.

책에서 위로 받은 적이 사실 거의 없다. 세상은 백인백색. 천인천색이다. 비슷할지는 몰라도 같지는 않다. 그 괴리가 내게 있어 진심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어쩌면 이런 것도 바보같은 자존심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책을 읽어보며 울어본 적은 없지만 내가 힘들어도 기뻐도 괴로워도 슬퍼도 옆에 있던 건 책과 친구, 그리고 가족과 음악 뿐이었다. 그리고 난 날 위로해주는 책을 이 때 만났다. 그런데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위로가 아니다. 주인공을 보며 난 괜찮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 이모의 편지를 보면서. 그 현실을 알아버리면서. 그리고 주인공의 끝을 읽으면서 난 생각했다.

"그렇지. 이렇게 끝나는 거지."

그래. 그렇게 끝난다. 하지만 모두 그렇게 끝나기 때문에 안심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사람을 짖밟고 올라서는 것도 생존이지만, 그냥 적당히 밟혀주면서 사는 것도 생존이다. 요는 목숨만 붙어있으면 어떻게든 된다는 걸까. 목숨도 붙어있고, 나름 자존심도 덜 상하는 그런 생존이 좋은 것 같다. 조용히 조용히 먹고 살만한 정도면 좋겠다. 그렇게 살면 그게 평화라고 누구들이 그러더라. 평범한게 제일 어렵다고. 그런데 평범하지 않은 것도 피토하는 것 같다. 책에서 난 위로를 찾았고 책은 조용히 말해줬다.

"천천히.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그래. 그렇게 가는거다. 어차피 다 똑같은 걸. 너만 외롭지는 않아."

이런 공감에 왜 난 감동한 걸까. 이런 대안도 없는 현실의 나열에 왜 난 행복해졌던 걸까. 책을 읽어도 읽어도 결국 내 가슴에 남는건 모래알 같은 냉정한 감상들 뿐이었나보다. 아무리 읽어도 내 마음의 구들장은 달궈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고 방금, 0.1도 정도 올랐다. 그래, 이 정도면 아까보단 따뜻하다. 좋다.

그래. 그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