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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혀(조경란 작), 감상.

by UVRT 2008. 11. 15.


혀 (양장)

저자
조경란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7-11-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조경란의 장편소설. 조경란은 주변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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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최근 들어 논란이 되는 조경란의 혀다. 물론 내가 이 책을 구입했을 때 그딴 이야기는 없었다. 사고 보니 문제작이 되었지만 사실 내 입장에서는 이걸로 한 권 추천 안받고도 재밌는거 하나 더 건졌구만. 이런 심정이다. 이걸로 난 원작이라 주장하는 혀를 사 볼 생각이다. 푸하하하하!

잘 짜여진 요리 소설이라는 느낌으로 시작해서 가정불화소설인가? 라는 의심을 품게 된 다음 마지막에는 이거 추리 소설이었나!? 라는 느낌을 주는 좋게 말하면 여러 재료를 잘 어우러지게 한 소설이고, 나쁘게 말하면 뭐야 이건, 소설이다. 하지만 일단 난 좋게 말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재밌게 읽었거든.

히 이제와서 크게 기억나는 점은 없다만, 정말 미각적인 소설이다. 시각으로 보고, 후각과 청각마저 사용하지 않는 책이라는 매체에서 이정도로 입맛이 돌게 글을 쓰는 것은 힘들 것이다. 집요할 정도로 혀에 집중하고, 맛을 표현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서서히 자신의 감각들을 의심하게 되는데 왠지 책을 한입 베어먹는다던지, 혀로 할짝이면 달콤한, 또는 묵직한 밸런스의 진한 맛이 느껴질 것 같다. 소스가 잘 배여있는 스테이크를 좋은 샐러드와 같이 한입 먹은 그런 느낌을 든다. 글로 사람의 입을 만족시키는 경우는 지금이 처음이다. 물론 요리책들도 보다보면 맛이 느껴질 것 같지만 그것은 요리 과정과 사진에서 합성되는 맛이다. 이렇게 순수한 텍스트만으로 맛을 합성해내는 것은 확실히 대단한 재주고, 플롯을 베꼈다손 쳐도 이 작가는 글 솜씨가 대단한 것이다.

지막의 반전이라면 반전인 부분에서 우린 사실 이 책을 관통하는 논리는 자신을 버린 남자에 대한 끝없는 증오심과 집착이라는 것을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우리가 입맛을 다시던 부분은 사실 매우 잔혹하다는 것을 느끼더라도 늦은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은 야금야금 독자를 공범으로 만든다. 그래서 독자는 주인공을 비난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같이 느꼈기 때문이다. 우린 공범이 되었고 결국 마지막까지 도와야 한다. 우린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이 책? 엄청 재밌지.'

그리고 우린 반전을 숨기고 뒤에서 키득거리며 말하겠지.

'공범은 많을수록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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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주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