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최근 들어 논란이 되는 조경란의 혀다. 물론 내가 이 책을 구입했을 때 그딴 이야기는 없었다. 사고 보니 문제작이 되었지만 사실 내 입장에서는 이걸로 한 권 추천 안받고도 재밌는거 하나 더 건졌구만. 이런 심정이다. 이걸로 난 원작이라 주장하는 혀를 사 볼 생각이다. 푸하하하하!
잘 짜여진 요리 소설이라는 느낌으로 시작해서 가정불화소설인가? 라는 의심을 품게 된 다음 마지막에는 이거 추리 소설이었나!? 라는 느낌을 주는 좋게 말하면 여러 재료를 잘 어우러지게 한 소설이고, 나쁘게 말하면 뭐야 이건, 소설이다. 하지만 일단 난 좋게 말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재밌게 읽었거든.
딱히 이제와서 크게 기억나는 점은 없다만, 정말 미각적인 소설이다. 시각으로 보고, 후각과 청각마저 사용하지 않는 책이라는 매체에서 이정도로 입맛이 돌게 글을 쓰는 것은 힘들 것이다. 집요할 정도로 혀에 집중하고, 맛을 표현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서서히 자신의 감각들을 의심하게 되는데 왠지 책을 한입 베어먹는다던지, 혀로 할짝이면 달콤한, 또는 묵직한 밸런스의 진한 맛이 느껴질 것 같다. 소스가 잘 배여있는 스테이크를 좋은 샐러드와 같이 한입 먹은 그런 느낌을 든다. 글로 사람의 입을 만족시키는 경우는 지금이 처음이다. 물론 요리책들도 보다보면 맛이 느껴질 것 같지만 그것은 요리 과정과 사진에서 합성되는 맛이다. 이렇게 순수한 텍스트만으로 맛을 합성해내는 것은 확실히 대단한 재주고, 플롯을 베꼈다손 쳐도 이 작가는 글 솜씨가 대단한 것이다.
마지막의 반전이라면 반전인 부분에서 우린 사실 이 책을 관통하는 논리는 자신을 버린 남자에 대한 끝없는 증오심과 집착이라는 것을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우리가 입맛을 다시던 부분은 사실 매우 잔혹하다는 것을 느끼더라도 늦은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은 야금야금 독자를 공범으로 만든다. 그래서 독자는 주인공을 비난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같이 느꼈기 때문이다. 우린 공범이 되었고 결국 마지막까지 도와야 한다. 우린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이 책? 엄청 재밌지.'
그리고 우린 반전을 숨기고 뒤에서 키득거리며 말하겠지.
'공범은 많을수록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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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주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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