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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 : 조선 천재 1000명이 죽음으로 내몰린 사건의 재구성, 감상.

by UVRT 2008. 11. 15.


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

저자
신정일 지음
출판사
다산초당 | 2007-10-22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조선 최대 역모사건 '기축옥사'를 재구성하다 조선을 뒤흔든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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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한 삼일 걸렸나? 다 읽었다. 읽는 속도가 느려지는지 뭔가 텀이 점점 길어지는 느낌이다. 옛날처럼 미친듯이 읽기가 힘든 것 같다. 지금은 안 읽히는 구간일 뿐이다. 라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사실 뭔가 힘이 떨어진다. 옛날 재밌었던 책들을 회상하며 이제와서 늦은 감상을 토해보지만 역시 잠깐 기쁠 뿐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 대한 내 평가도 박하다.

16년을 준비했다고 하는데 그 준비가 사료의 조사에 그친 것 같아 너무 아쉽다. 역사란 후대에 의한 평가다. 그 평가가 냉정하고 합리적일 때 난 그것이 올바른 역사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후대가 그 역사를 반박하고 뒤집을지언정, 그 역사는 옳다. 후대는 어떻게든 그 역사를 하나의 의견으로 참조하고, 반추한다. 그렇기에 역사는 모두 옳다. 그리고 역사는 모두 그르다.

모사건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대해 결국 이 책은 정여립의 책임 50%와 당시 정치판의 잘못 50%라는 애매한 입장을 취한다. 사실 저런 입장이 인문학에서는 빈번하지만 그래도 심정적으로 어느정도 저자의 주관적 견해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 독자의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사료를 늘어놓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 사료를 분석하고 추리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여 새로운 역사를 만들던가, 기존의 역사를 보강하던가 해야 한다. 독자는 그것을 원하고 역사는 그러해야 역사다.

이 책은 저자의 주관적 견해나 방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객관적 사료를 바탕으로 독자가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돕는데 이걸 돕는다고 해야 할지 방치했다고 해야 할지는 아직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물론 본인은 후자로 본다. 본인의 생각은 정여립이 반란을 획책했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나라가 어지럽지만 그런 식으로 도당을 만들어 무력집단을 만들고 임금과 대립하기 시작하면 죽여달라는 거다. 물론 이 것도 '선조수정실록'의 내용에 근거한 것이지만 말이다. 거기에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이들은 정여립과 맞물리며 어느정도 평가가 절하되고 있다. 율곡, 송강, 남명, 우계 등 수 많은 명사들조차도 말이다. 물론 율곡이 군자연하며 좋게 말하면 중립을 지켰고 나쁘게 말하면 우유부단했다. 실제로 붕당에 대한 상소를 반박하지 않았나. 거기에 송강은 개판이긴 했다. 실제로 상당히 정치인으로는 최악의 삶을 살았고, 하지만 그것으로 그의 문학을 비난할 수는 없다. 사미인곡과 속미인곡, 관동별곡은 확실히 위대한 문학이다. 우계도 지조는 있었겠지만 옥사를 방관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도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애만이 살아남고 후에 있어 큰 욕을 먹지 않았다.-물론 서애도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책의 분위기에서 우리는 대체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가.

나는 정여립을 비난하겠다. 모든 학자들이 그의 위대한 혁명성과 높은 사상적 진보성을 쳐주지만 나는 그 어리석은 행보를 비난하겠다.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그렇게 너무나도 튀어나와 행동하면 어쩔 수 없이 망치를 맞게 된다. 그리고 그 망치를 예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는 스스로 처신을 못한 것이고 너무 자신을 맹신했다. 그렇기에 정여립 이후 조선은 몰락의 길을 걸어갔고, 영, 정조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미 기울어버린 가세를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이다. 조선 왕조 건국 200년. 결국 정여립이라는 걸출한 인물-반역이건 성품이 좋지 않건 그의 문학적 재능은 인정해야 한다.-의 반역 사건 덕분에 몰락의 길로 간다. 뭐 그 후 300년 버텼으면 오래 버텼지만, 더 이상 미래가 없었지.

기축옥사를 다룬 책 중 가장 풍부한 사료가 있을 것 같고 기축옥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서 봐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뭔가 끝을 맺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 책은 보고 나서 뭔가 기분이 나빠질 것이다. 결론이라는게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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