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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고구려는 천자의 제국이었다, 감상.

by UVRT 2008. 11. 13.


고구려는 천자의 제국이었다

저자
이덕일, 김병기 지음
출판사
역사의아침 | 2007-08-2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기마민족 특유의 진취성을 발휘하여 중원의 패자로 군림한 동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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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읽었다. 분량이 약 500쪽에 가까워서 힘들었다는 건 개소리고, 읽을 시간이 없었다. 너무 피곤할 때만 읽어서 한 20~30장 보면 바로 잠이 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런데 결국 오늘 다 읽었다. 그리고 감상은 베리 굿.

체 역사 소설도 좋아하고, 어쨌든 역사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상당히 역사 소설은 좋아한다. 물론 국사는 어려워서 GG 치고 근현대사를 하지만 말이다. 최근에 들어 동북공정의 힘인지 무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역사 소설들이 모두 괜찮은 할인율과 적립률로 재미난 책들이 많이 풀렸다. 이 책도 그 일환으로 구입된 책이고, 당연히 내가 골랐으니 재밌다.

목만 봐서는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민족사학자나 재야사학자의 고구려 찬양론 같지만-사실 찬양론은 맞지만- 사실상 고구려의 핵심 쟁점 30가지를 분석하고 있다고 책은 주장한다. 상당히 풍부한 사료와 사학자 주관적 추론-역사란 어차피 후대의 평가다. 그래서 난 주관적 추론을 좋아한다.-으로 상당히 우리 한국사람이 원하는 결론을 도출해준다. 그리고 난 이 책을 읽고 고구려가 왜 삼국통일을 이루지 못했는지 알았다. 이제서야.

구려의 천하도는 유명하지만 그 천하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적고, 알려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고구려는 확실히 중화사상에 대항하는 고구려 중심의 천하사상이 있었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중국과의 충돌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중국도 세계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바로 옆집에 또다른 중심이 있다? 국가의 사상적 존속과 민족적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그 국가는 필연적으로 점령해야 한다. 그게 바로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관의 차이로 충돌되는 중국과 고구려의 모습을 외교적 사료를 들어가면 상당히 자세히 말해준다.

리고 여태까지 우리에게 큰 외면을 받은 선비, 말갈, 돌궐 등의 북방 오랑캐-소위 중국의 말대로라면 북적. 물론 우리는 동이다.-들과 연합한 고구려의 저력은 놀라웠다. 실제로 고구려도 북방 유목민족의 계보를 이어 기마부대를 운용할 정도로 말과 초원에 친숙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몽골이나 북중국의 여러 유목민족과 강한 유대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어쩌면 중국이나 다른 곳보다 더 가까운 북방 유목민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사실 조선족에 대한 관심도 개뿔 없는데 북방 유목민까지 신경쓰기는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차라리 동북공정에 우회적 대응을 위해서 우리는 몽골과 수많은 북적들을 연구해야 한다. 우리도 동이니까.

구려에 대한 상당한 사랑을 보여주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몇 줄 사실 기억 안나지만, 그래도 이 구절은 기억나게 되어있다. 줄기차게 읽게 되고, 또한 상당히 가슴을 울리는 무엇인가가 있다. 나는 저자와 이 말로 통할 수 있었다.

'옛날 시조 추모왕이 창업하신 터다. 아버지는 천자의 아들이고 어머니는 하백의 딸이다. 북부여에서 오셨으며 알에서 깨어나셔... ...'

그렇다. 단군보다 더 가까운 곳에 우리의 정체성이 있다. 추모왕이 창업하신 터는 천자의 아들들이 살아가고, 하백의 딸들이 숨쉬고 있다. 아직 만주는 우리의 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