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독서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감상.

by UVRT 2008. 11. 1.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저자
얀 마텔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 | 2006-1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의 데뷔작 제34회 부커상 수상작인...
가격비교


네 편의 글은 매우 실험적이고, 자전적이다. 단 네 편 밖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단편집이지만 작가의 말에서처럼 자신을 세계에 초연하게 해준 작품들인 만큼 그 완성도와 내용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 젊은 날의 불꽃같은 재능을 지금 10년이 흘러 완숙해진 장인이 다듬어서 책을 냈다. 그것이 바로 얀 마텔의 이 책이다. 자신의 일기 또는 주변 일기를 쓰는 듯한 그의 소설은 픽션과 팩션을 거침없이 오가고 있다. 물론 주변 모든 것이 자신에게 영감을 준다고 주장하는 작가의 모습과 어울린다. 그는 자신의 주변을 환상의 세게로 만들어버린다. 그런데 판타지라고 말하기 묘할 정도로 사실성이 있다.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 같은 그런 아련한 기억을 자극해서 말이다.

이 정도 상상력을 보여줄 수 있기에 그는 대단한 작가다. 대체 10년 전에 이 정도였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일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재밌는 글을 쓰는 작가가 내 곁에 살아서 계속 새로운 글을 뽑아낸다면 그 것은 하나의 축복이다. 내가 축복받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증명한다. 읽은 독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는 매우 즐겁게 글을 쓰는 것 같다. 불꽃처럼 말이다. 작가는 참 대단하다.

실 책의 제목인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이하 헬싱키-'은 가장 대표적인 단편의 제목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3편 정도의 다른 단편이 덧붙는데, 모두 발군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보면 결국 헬싱키에 있는 로카마티오 일가의 가장 중요한 사실들은 내가 지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내게 영감을 주고, 난 글을 쓴다. 작가는 독자의 상상력을 믿고 있다. 오히려 저 단편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설명서다. 즐거운 게임을 할 수 있게 안내해주는 설명서. 물론 설명서가 재밌다고 해서 소설이 안 되듯, 소설이 설명서와 비슷하다고 해서 설명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헬싱키'를 읽고 나면 어느샌가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한번 해볼까.'

런데 난 주변에 같이 할 사람이 없다. 이래서 사람은 평소에 친구를 사귀어 두라고 하나보다. 이거, 갑자기 나란 사람 참 외롭다. 어찌 된게 놀아 줄 친구 하나 없냐. 남은 단편은 세편이지만 사실상 헬싱키 로카마티오의 일화들 같은 느낌도 든다. 어쩌면 내가 보지 못한 로카마티오의 이야기들은 이런 이야기가 아닐까. 이름은 다르지만. 그리고 결국 난 상상하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이야기가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작가는 매우 영리하다. 이 소설 하나로 세계의 모든 소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부럽다. 한 편 써써 수 만 편을 거저 먹다니. 아아. 정말로 부럽다.

결국 이 책은 이 작가는,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