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지. 열 다섯 권이나 되는데 딱히 감상할 포인트가 없는 것도 의아하고 열 다섯 배나 되는 감상이 쏟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 권짜리 감상보다 더 적게 써질 것 같은 이 불안함은 뭘까. 자다 일어나서 그런가? 어제 야간 근무 때문인가, 대체 뭐가 문제일까.
뭐, 이건 현재 장르 문학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읽을 때는 재밌게 읽히지만 이렇게 감상을 쓰게 되면 딱히 쓸 말이 없다. 아, 재밌었다, 이 정도. 하지만 그 정도는 다른 책으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오히려 더 싸고 간편하게 말이다. 사실 꽤나 재밌게 봤다. 밤을 새면서-밤 새는 야간 근무 중에 읽은 것이지만- 읽어도 그렇게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렇기에 난 재밌었다고 판단한다. 물론 전통적인 무협의 분위기를 따라가지만 적절하게 성인 독자를 위한 야한 장면도 어느정도 있다. 이건 이미 일본 만화에서 일컬는 '판치라'와 같이 정형화된 공식이 되어 간다. 물론 그 공식은 거의 불패다. 왜냐하면 불패라서 공식이 되었기 때문이라 말하겠다.
사실 내용은 꽤나 잘 얽힌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구성이 허술하고 상당히 억지스럽게 맞춰가는 부분이 있다. 거기에 끝 마무리도 허술하다. 사실 이렇게 마무리할 것이었으면 15권까지 갈 것도 없다. 그냥 중간쯤에 끝내도 된다. 우화등선이 상당히 중요점으로 작용을 하는데 사실 별로 의미도 없다. 그 중요점이 없어도 내용이 무리없이 이어지고, 또한 사건은 이어진다. 거기에 마지막에 걸쳐 언제나 크리스티 식의 막판 대 추리극은 상당히 재미 없다. 뭐 그렇게 신비로운 비밀도 아니고 그저 설정 주입이나 수습하지 못한 사건을 억지로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밖에 안 보인다. 결국 이 책은 열 다섯 권의 힘을 보여주지 못한다. 긴 작품은 그만큼 긴 호홉을 지니고 독자를 몰아가며 결국 그 권 수에 걸맞는 주제의식과 힘을 보여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3권짜리 무협지와 비슷한 무게를 지닌다. 그래서 난 이 책을 3권에 깔끔하게 완결시킨 소설보다 아래로 둔다. 왜냐하면 설득력이 더 떨어지니까.
재밌게 읽었다 생각했는데 결국 재미만 있었던 것으로 결론이 난다. 감상은 이런 면에서 매우 미묘하다. 천하의 명문장이 나올 것 같았는데 막상 써보니 결국 비난하게 된다. 깔끔하게 완결되는 장르 소설을 보고 싶다. 우리 작가들은 너무 내용을 끈다.
어라, 이거 써놓고 알아보니 이건 1부였다. 그럼 이건 평점이 더 떨어진다. 끌어도 너무 끈다. 적당히 좀 해먹자. 가즈나이트 더러 우려먹는다고 하지 마라, 그건 세계관 내에서 옴니버스 식으로 내용을 펼쳐주는 거다. 그런데 신승이나 비뢰도, 묵향은 그냥 끄는 거다. 실력 없으면 그냥 대충이라도 마무리 짓고 딴 거 써라. 이런 식으로 끌면서 우리지 말고.
'책과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감상. (0) | 2008.11.01 |
---|---|
벽력천신, 감상. (0) | 2008.10.31 |
단원의 그림책 : 오늘의 눈으로 읽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감상. (0) | 2008.10.30 |
숲의 왕, 감상. (0) | 2008.10.28 |
오자병법, 감상. (0) | 2008.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