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에 관한 책을 좋아해서 그런 책들이 보이면 주섬주섬 읽다보니 어느샌가 오자병법도 내 손에 들려 있다. 이번에 느낌이 닿아서 서점에서 즉홍적으로 구매한 책이라 책임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 기대보다 많이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손오병법'으로 불릴 정도로 명저지만 단 6편만으로는 상당히 그 내용이 부실하고, 사실상 내용간의 연결이 너무나 약하다. 그리고 원론적인 말만이 적혀있으며 평소 오기의 성격으로 보아-역사적인 사실에 기초해- 겨우 이정도 적어놓고 죽을 양반은 아니다. 안하면 모를까, 시작 한 이상 그 사람은 최고의 병법을 적기 위해서 미친듯이 적었을께 분명하다. 실제로 이 책에서도 '오기의 병법이 41편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수가 유실 되었다고 추측한다.' 고 말한다. 결국 우린 1/8정도만 맛볼 수 있고, 그걸로도 충분히 이게 명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이렇게 책도 나왔다.
손자병법이 도의적인 전쟁에 대한 철학을 말한다면 오자병법은 실리적인 전쟁에 대한 실전을 말하고 있다. 애당초 전쟁이 안 일어나면 모르되, 일어나면 철저하게 죽여주자는게 두 병법의 공통점이지만, 손자병법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사전에 잘 외교를 하고, 대비를 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오자병법은 전쟁이 일어나면 상대를 발라버리기 위해서 대비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수세적 입장과 공세적 입장의 차이로 보이고, 이것은 손무와 오기의 삶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오기의 불꽃같은 삶을 바라보면 오자병법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느정도 알아낼 수는 있다. 왜냐면 이 병법대로 그는 살아왔으니까 결국 그의 삶은 오자병법의 정화(情化)인 것이다.
실제로 내용을 보면 꽤나 자세히 설명이 되어있다. 하지만 정말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직설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면 이 책은 아니다. 그럴 거면 차라리 다른 전술서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일단 오자병법은 많은 부분이 누락되었-다고 추측되었-고 그렇기에 많은 상황을 상정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단 6편 밖에 없어 차라리 오기의 삶을 되짚어보면서 그가 치른 70여회의 전쟁-그는 12번의 무승부를 제외하면 모두 승리했다.-를 차라리 복기(復記)해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손자병법보다 좀 더 실리적인 이 책에서 우린 적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깊이 알고 싶다면, 좀 다른 책을 구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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