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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제 5 도살장, 감상.

by UVRT 2008. 10. 16.


제5도살장

저자
커트 보네거트 지음
출판사
아이필드 | 2005-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주인공 빌리가 검안사로 안정된 생활을...
가격비교


다가 두번이나 중간에 자버린 책이다. 피곤에 쩔은 몸으로 새벽 3시에 이 책을 꺼낸 것이 문제였고, 밤새서 일을 한 뒤에 자기 직전에 이 책을 꺼낸 것이 문제였다면 문제지만 책을 보다가 자버렸다는 것은 독서라로서 책에 졌다는 것!!!! 인정할 수 없는 문제다. 난 책에 지지 않아!!! 라는 심정으로 어제 새벽 다시 도전하여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결국 다 봤~다. 아... 행복해라.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던 책이 꿀꺽. 넘어갔다. 이제 배가 좀 부르다. 하하핫.

반전 소설이다. 이런걸 쓸 바엔 차라리 반종교 소설을 쓰면 더 대박이 나겠지만, 이 책은 작가 본인의 체험이 담겨 있어 소설보다는 상당히 수기적 느낌을 준다. 물론 처음에만. 결국 이 책은 초반을 약간 넘어서면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우리의 '비행접시'와 '트랄파마도어'가 등장하면서 환상적인 느낌과 함께 SF의 세계로 빠져버리는 느낌이다. 극도로 리얼리즘에 충실함에도 불구하고 이 섞여가는 시간과 주인공의 시간 인식에 대한 묘사는 이 책에서 환상의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다.

트랄파마도어 식의 전보문. 결국 이 책은 모든 페이지를 동시에 그것도 한꺼번에 읽어내야 진정한 느낌과, 맛을 알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난 지구인이고, 트랄파마도어의 4차원을 바라보는 지적 인식체계를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난 방식을 달리했다. 책을 끝까지 읽은 뒤 모든 내용을 머릿 속에 통합하여 그 중심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리고 난 지금 중심을 바라보고 왠지 슬퍼졌다.

모든 행복, 슬픔, 고통, 기쁨은 결국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내가 고통스러워도 결국 현재의 나는 기쁘다. 물론 미래의 나는 슬프겠지. 하지만 그게 알게뭐냐. 지금 내가 현재에 집중하면 난 기쁜거다. 미래에 슬퍼지더라도 과거의 나를 바라보면 행복해지겠지. 모든 고통과 고난은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이다. 난 행복한 그 때만을 바라볼 수 있으면 된다. 물론 내가 3차원 인식체계를 가진 이상 상당히 무리인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수 천의 너 중에서 행복한 너에 집중하라. 모든 너를 바라보고 기쁜 것만을 얻어라. 그래도 충분히 인생은 짧다.

그래, 기쁜 나만을 찾아서 보자. ... 그게 이 작가가 드레스덴에서 얻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