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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_THE EVOLUTION OF USEFUL THINGS, 감상.

by UVRT 2008. 10. 19.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저자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출판사
지호 펴냄 | 1995-08-01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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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목 참 길다. 그래. 거기서 '저희집 포크는 세갈퀴입니다.' '어, 우리 집은 두갈퀸데.' 따위의 말을 하는 사람은 맞는다. 대세가 네 갈퀴면 그냥 포크는 네 갈퀴라고 하자. 그런 것을 하나 하나 파고 들게 되면 세상 모든 책은 제목을 바꿔야 한다.

'포크는 왜 두갈퀴, 혹은 세갈퀴, 또는 네갈퀴, 가끔 다섯갈퀴나 여섯갈퀴 이상도 달게 되었나'

로 말이다. ... 저건 좀 아니지 않는가. 세상에 예외란 있고, 일단 대세는 네갈퀴인데다가 책을 보다보면 결국 네갈퀴가 왜 포크를 대표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니까 네갈퀴로 합의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이 책은 디자인계의 말 중 하나인 '형태은 기능에 따른다'는 것에 거의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로만 이루어져 있다. 기능과 아무런 상관 없이 발전하는 물건들의 디자인을 보며 대체 왜 저런 디자인이 생겨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디자인은 '더-더 얇은, 더 튼튼한, 더 싼-'이 아니라 '가장-가장 얇은, 가장 튼튼한, 가장 싼-'을 지향하고 그 결과 이런 기능과 아무런 상관 없는 디자인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70종류 이상으로 나뉘는 여러가지 포크와 500가지 이상으로 나뉘는 망치를 바라보노라면 과연 기능을 위한 디자인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천의 특허가 나오지만 결국 그것은 '완벽'하지 않다. 진정한 완벽주의자는 발명을 하게 되고 그 발명들은 당연히 디자인의 혁명을 부른다. 지퍼가 없던 시절의 옷과 지퍼가 상용화되어 널리 퍼질 때의 옷은 당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다가 사실 기능에 따른 발전보다는 요구에 따른 디자인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다. 불편해도 잘 팔리면 만든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거구만!'

지만 그걸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느낀 고객의 일부는 물건을 개량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개량된 물건은 어떻게든 발전한 것이다. 예전으로 돌아가던, 새로운 방식의 길을 찾았건 말이다. 그렇게 개량된 디자인의 물건이 또 잘 팔리게 되면 그도 이렇게 생각하리라.

'이거구만!'

런 식으로 디자인은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앞으로 뻗다가. 수정하고, 고치고, 연구하고, 환장하게 안풀리는 과정을 겪으면서 수 없는 변화를 겪는다. 사실상 포크가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냐면 이유는 단순하다. 다른 숫자로 갈퀴가 달린 포크가 네갈퀴보다 불편했으니까! 그런데 누군가 다섯 갈퀴를 맵시있게 달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낸다면 이제 포크의 대세는 다섯갈퀴가 된다. 영원한 디자인은 존재하지 않고 가장 완벽한 기능을 살리는 디자인은 결국 기능을 결정 짓는다. 형태는 기능을 따르지 않는다. 기능도 형태를 따르지 않는다. 기능과 형태는 서로 많은 것을 상호 교환하는 상대이며, 서로가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자 걸림돌이다.

크가 왜 네갈퀴를 달게 되었을까. 현대 디자인의 한계가 바로 네갈퀴다. 결국 디자인에 기능이 먹혀버렸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네 갈퀴에 불만을 가지게 되고, 그 불만이 한계를 넘어서면 다섯 갈퀴를 위한 디자인이, 또는 여섯 갈퀴를 위한 디자인이 나올 것이고 기능은 확대 될 것이다. 기능에 대한 욕망은 디자인을 변화시키고, 디자인의 변화는 기능의 한계를 넘게 한다. 결국, 세상은 물고 물리는 거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모든 것에 불만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켜라. 그렇다면 그곳에서부터 혁명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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