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놈은 죽어도 하고 안 하는 놈은 지루해서 못해먹는다는 바카라가 바로 주인공이다. 그런데 사실 난 바카라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는 게 바로 도박물이라는 장르라서 괜찮다. 룰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 그 긴박한 분위기와 간지나는 대사들만 있으면 되지. 난 마작 몰라도 테쯔야 재밌게 봤고, 빠찡코 못 당겨도 카이지 봤다. 바둑 못 둬도 바둑 삼국지나 히카루의 바둑이 재밌는 것과 똑같은 거다. 섯다 몰라도 타짜는 대박쳤고 포카 몰라도 올 인은 유명해졌다. 결국 게임의 종류는 필요없다. 그냥 도박을 하는게 중요한 거다.
룰은 잘 모르지만 단순하다. 뱅커, 플레이어, 내추럴이 있다. 알아서 누가 이길지, 또는 비길지 돈을 걸면 된다. 잡아먹어야 하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카지노. 그렇기에 바카라를 다룬 이 소설은 패배자도 없고 승리자도 딱히 없다. 엄연히 따지자면 바카라의 신이 구제한 도박사가 있을 뿐이다. 어이없게도 이건 신과 인간의 싸움이었다. 바카라의 모든 것을 아는 신과 바카라에 얽메인 인간의 싸움. 처음부터 인간이 지고 들어간다. 빌어먹을!
그리고 결국 이 책의 결론은
'도박은 지게 되어 있는 것'
결국 잘 지는 놈이 최고로 잘 하는 놈이라는 결론이다. 인내와 올바른 패배, 그것이 도박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 오오, 외로운 도박길~. 도박 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지만 여기 나온대로 도박을 할려면 인간을 넘어가야 한다. 내가 DIO냐, 난 도박을 버렸다, 난 도박을 초월할테다! WRYYYYYYYYYYYYYYYYY! 뭐 이런 대사라도 해야 하는 건가. 세상에 1천 들고 1백만 따라니. 그딴 인내심 있으면 그냥 히말라야에서 수행을 하겠다. 부처되는게 더 빠를테니까 말이다.
기술이건 뭐건 -조작이나 사기는 예외다- 다 필요없다. 운도 아니다. 굳은 인내, 명경지수 같은 마음.-근데 이딴게 있는 놈이 도박을 왜 하냐- 그리고 당연히 질거라고 생각하는-미친거다- 정상인의 사고방식. 그거면 도박으로 먹고 살다가 죽을 수 있다. 은근히 도박 권장하는 소설 같지만 요구하는 수준은 이미 도인이다. 그래서 그냥 도박 때려치게 하는 소설이다. 역시 김진명, 아직 안 죽었다. 이제 이 책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보겠다. 이 책은 도박물이 아니다. 인생에 대한 충고가 담긴 책이다. 정말 말도 안되게 괴상한 방식으로 말해주고 있지만 말이다.
인생도 어차피 지고 들어가는 승부니까 2할만 따면 인생 승리한거다. 욕심 부리지 말고 적당히 져주면서 참아가면 그냥 평생 웃으면서 살 수 있다. 어이구, 이거 할 수 있으면 나도 이미 인생의 승리자구나. 뭐, 어차피 인생, 신과 붙으면 지고 들어가는게 정상이겠다. 그래, 그냥 웃으면서 져버리자. 신이 상대라면 2할만 따도 진짜 이긴거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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