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 인간으로서 뭔가 잃어버린 것. 사랑이건 뭐건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잃어버리면서 산다. 그리고 그것을 찾을 때도 있지만 많은 것들은 그저 잃어버린 상태로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잃어버린 것을 잊지 못할 때, 우리 주변은 뒤틀려버린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뒤틀린 이야기다.
다섯 단편이 서로 고요하게 존재감을 말하고 있다. 얽혀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안개가 잔뜩 낀 바다에 멀리서 윤곽만 희미하게 보이는 섬과 같다. 서로 근처 근처에 있지만, 절대로 서로 연결되지 않고, 서로에게 관심도 없는 바다의 작은 섬들. 어떤 곳에 가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의 본질은 매우 신비롭게도 일치한다. 그런 느낌이다.
사람이 죽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필요 없다. 죽여버리고 싶은 그 순간의 불꽃같은, 얼음같은 그 감정. 하지만 그런 감정도 몇년, 몇십년이 지나면 그저 하얗게 침전되어 조용하다. 하지만 어느날 누군가 그 마음을 뒤흔들어 감정을 일으킨다면 사람은 망가질 것이다.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게 인간이니까. 잃어버린 것을 찾았지만 그것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굳이 잃어버린 것을 찾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두려워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것을 잊는다. 사람들은.
책을 읽고나면 내가 잊어버린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난 무엇인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찾아볼까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생각은 책의 마지막 표지를 덮고 나면 바뀌게 된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한다.
'찾고 싶지 않아. 무서우니까'
'책과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지지 않는 빛, 사랑 : 쇼펜하우어의 삶과 사랑에 대한 에세이 감상. (0) | 2008.10.07 |
---|---|
천사론, 감상. (0) | 2008.10.01 |
두근두근 우타코씨, 감상. (0) | 2008.09.30 |
바나나로 못질할 만큼 외로워!, 감상. (0) | 2008.09.30 |
즐거운 나의 집, 감상. (0) | 2008.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