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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즐거운 나의 집, 감상.

by UVRT 2008. 9. 30.


즐거운 나의 집

저자
공지영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07-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공지영 신작 장편소설! 엄마 같은 딸, 딸 같은 엄마. 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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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소설은 처음 본다. 사실, 한국소설을 교과서가 아니라 내가 사서 보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것도 2000년 이후의 책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결국 난 60년대부터 90년대의 소설을 겨우 봐 놓고 한국 소설이란 재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사실 그건 옳지 않다. 부분만 보고 재미가 없다는 것을 따졌던 것이다. 가치와 예술을 먼저 놓은 책을 보고 재미가 없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난 지금에 와서 재미가 우선이 된 책들을 보았다.  그래서 난 지금 한국 문학이 재밌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도 재밌다. 당연하지만, 재밌는 책을 봤으니 나는 지금 즐겁다.

책은 말한다. 즐거운 곳은 '나의' 집, '내' 집 뿐이라고. 책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집이 아니라 내집이다. 갑자기 어딘가 아릿해진다. 우리 집이 아니라 내 집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슬퍼지는 것은 어쩌면 이 책에서만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우리가 우리가 아닌 나 홀로 서게 될때, 그 때가 되서야 즐거워진다는 것. 그것이 너무나도 슬프다. 세상 사람 다 죽어도 일단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에 큰 이견은 없지만, 그래도 그것은 역시나 아릿하게 뭔가 밀려오며 알싸하다. 누구도 없을 때, 그 때서야 행복해지는 것. 인생이라면 너무 외롭고, 행복이라면 너무 잔혹하다.

부모란 무엇이고, 나란 무엇인가. 그래, 사실 나란 놈은 뭐하는 놈인가. 또는 나는 뭐냐? 라는 질문에 상고 이래로 많은 선인(先人)들이 나름 괜찮은 결론도 내줬고, 그 결론들을 보다보면 그래도 어디가서 '나는 이런 놈입니다'하고 말할 수 있겠는데 대체 부모가 뭔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서 한마디로 밖에 말을 안해준다.

"너도 부모되면 안다."

젠장, 그때되서 알고 싶은게 아니라 지금 알고 싶은데 어쩌라는건지. 그래서 난 이 책에서 그 질문의 답을 찾아보았고, 책은 이렇게 말한다.

"부모되도 몰라."

얼씨구. 그런거냐. 사실 부모가 되도 잘 모르는게 부모인거냐. 아니,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더욱 절감하는게 부모가 됐을 때가 아닐까. 난 어쩌면 평생가도 내 입장에서 자식을 생각하는 나쁜 놈의 자식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나쁜 놈이라는 사실에 공감은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은 솔직해서 좋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주니까 적어도 짜증은 안난다. 그 점에서 일단 +0.5점 준다.

책은 집이야말로 즐겁다고 꾸준히 말해주고 있다. 이 이야기가 작가 본인의 픽션을 가장한 논픽션이던 뭐건 알바없다. 작가에 관심은 없고, 난 그냥 책이 재밌어서 봤으니까. 책에서 때려죽여도 집은 즐겁다고 말하고, 난 나름대로 공감한다. 맨날 들어가면 처맞고 싸우고 욕해도 그래도 집이라도 있으니까 그짓거리라도 하지 않는가. 혼자 살면 정말 미치도록 싸울 사람이라도 그리울 때가 가끔있다. -전기 끊기고 겨울 밤에 보일러가 심야전기 보일러라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아직 이불이 덜 말랐다는 현실에 마주하는 뭐 그런 때.- 세상의 모든 편견, 모든 불행, 모든 몰이해도 결국 집에서는 나름대로 해결되거나, 어떻게든 숨겨진다. 그런 점이 좋다. 나만의 비밀장소. 그게 바로 집이다. 그러니까 집은 즐겁다. 죽여주게 재밌다. 재밌어서 죽어버리고 싶다. 집은 그렇다.

때려죽여도 즐거운 집에 있는데 행복하지 않을리 없고 행복한 이야기를 보는데 내가 슬플리가 없다. 결국 중요한건 집이 있다는 거다. 집에 가면 나랑 싸워주고 놀아주고 욕해주고 칭찬해주고 이해해주는 모든 인간군상이 있다. 세계다. 내가 큰 의미를 차지하는 세계다. 내가 없으면 싸우지도, 놀지도 욕하지도 이해하지도 않는 그런 세계. 그래서 우린 집이 즐겁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고, 내 존재가 계속해서 확인되는 그런 곳이니까 즐겁다. 그런 즐거운 집을 책은 순수하게 보여주며 말한다.

"어때, 즐겁고 행복해?"

당연히 대답해줘야 한다.

"그래, 빌어먹게도, 때려죽여버릴 정도로 즐겁고 행복해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어서 엄청 행복하다, 젠장."

어떠냐. 어쨌든 행복하지 않냐? 사실 나도 잘 모르지만 일단 행복하다고 좀 해줘라. 집에서 이 글 보고 있나, 아니면 집 있는 사람이 이 글을 보고 있나. 에라, 그래. 아무려면 어떠냐. 집이 있건 없건 뭐가 중요하냐. 어쨌든 어느 순간에는 집이 있었고 언젠가는 집이 생길 거고 안생기면 또 어떠냐. 그냥 집같은 곳만 하나 있으면 장땡이지.

우리 집이건 뭐건, 일단 내 집이면 즐거운 거다. 안 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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