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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바나나로 못질할 만큼 외로워!, 감상.

by UVRT 2008. 9. 30.


바나나로 못질할 만큼 외로워

저자
마츠히사 아츠시, 다나카 와타루 지음
출판사
에이지21 | 2008-03-0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외롭지 않기 위해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은 사랑하는 순간 외로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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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도라' 이후로 괜찮은 러브 코메디를 본 것 같다. 사실 순정 만화를 좋아하고 할리퀸을 즐겨보고 좋아하는 일본 만화가는 아다치 미츠루, 한국작가는 천계영, 황미나, 신일숙 정도의 라인을 꼽는 나로서는 이 책을 비판할 기력이 없다. 하지만 난 연애물이 싫다. 간질거리는 분위기와 미치도록 두근거리는 상황, 그런게 너무 싫다. 그래 솔직하게 말하겠다. 부끄러워서 못 보겠다. 내가 하는 것도 아닌데 부끄러워서 처음부터 한번에 볼 수가 없다. 몇번이고 다시 그 부분을 스치듯이 보면서 면역이 되어야 겨우 찬찬히 읽어볼 엄두가 나는 연애물이 읽기 힘들어서 싫다. 그런 식으로 내게 패배를 안겨주는 이 장르가 싫다. 하지만 이런 달짝지근한 코메디는 좋다. 한번에 읽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 책은 좋다.

제목부터가 사실 이미 치명타다. 그냥 제목만 봐도 절절히 와 닿는데, 저 느낌표가 또 망치질을 한번 더 해준다.

"바나나로 못질할 만큼 외로워!"

절하다. 절절해. 보자마자 '아'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진짜 미치겠다. 보는 순간 달짝지근한 것이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데 느껴지는 외로움이 또 가슴 사무치게 한다. 그래, 나도 가끔은 미친 척 헛짓을 하는데 바나나로 못질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겠냐. 그 맘 이해한다. 하. 하. 하.

을 보고 나면 다시 한번 사랑은 말도 안되는 물건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나도 사람을 사귀어 봤지만, 사랑을 했었냐는 질문에는 자신있게 대답할 확신이 없다. 하지만 좋았다고 말할 확신은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런 것이다. 사랑은 모르지만 일단 좋아하는 것은 맞다. 책에서 분홍물이 뚝뚝 떨어져 손가락을 적신다. 시원한 여자와 답답한 남자. 상투적이지만 재미난 조합. 못질하게 외로운 두명은 바나나로 못질한다는 측면에서 이미 엄청나게 바보다. 좋아하기는 하지만 잘 모르겠다니, 뭔 소리냐. 하긴, 좋아하기만 해도 좋은게 좋은 것 아닌가. 바보긴 해도 뭐, 욕할 수는 없겠다. 나도 이미 그런 바보의 한명이었으니까.

실 이런 바보같은 사람들을 보면 그냥 무작정 기분이 좋아지는 게 사람이다. 옆에서 보면 괴롭혀주고 싶은게 인지상정이지만, 그래도 일단 도와주고 '음'하고 고개를 끄덕이면 기쁜걸 어쩌냐. 역시 행복한 놈은 무조건 바본가 보다. 그리고 그런 바보를 둘이나 보여주는데 둘이서 좋아하기까지 한단다. 그냥 마구 행복, 행복, 행복, 행복이다. 책을 읽으면서 따라가다보면 나조차 바보가 된다. 멍, 하니 있다보면 나도 이 바보행렬에 동참해서 '우하하하하!'거리면서 신나게 널뛰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친 사람처럼.

냥 이런 느낌이다. 연애물인데 뭔가 내가 멍청해지는 블랙 조크를 보는 것 같다. 사실 내가 바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한 녀석의 발버둥이겠지만. 결국 나도 이 책을 보고 '바나나로 못질할 만큼 외롭'게 되지만 그래도 '코끼리가 밟아도 괜찮'을 정도로 행복해졌다. 그래, 니들은 연애 많~~~~~~~~~이 해라. 사랑도 많이 많이 해버려라. 그렇게 행복해져 버려라. 난 그냥 바나나로 못질이나 하고 바보같이 웃을란다.

쾅. 쾅. 쾅.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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