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다. 남미. 말만 들어도 불타오르는 남미다. 사실 에스파냐 쪽의 문학과 비슷한 느낌이 있고, 세르반테스의 혼이 살아있는 것 같지만 확실히 남미와 에스파냐는 다르다. 남미는 좀 더 슬프고, 우울하며, 몽상적이고, 희망적이다. 에스파냐의 섹시하고 끈적이며 안개를 걷는듯한 몽환적이고 비극적인 몽롱함과는 다르다. 남미의 문학은 모든 고통을 겪은 뒤 찾아온 한 끼의 소박한 식사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을 주지만 에스파냐는 모든 것이 절단나서 마약을 하는 듯한 몽롱함이 살아있다.
보르헤스, 마르께스가 유명하지만-사실 내가 이름을 확실하게 기억하는 작가도 이 두명뿐이지만- 이 책은 그 두사람의 글이 없다. 마르께스는 장편에서 더 힘을 발하는 작가라 제외됐고 보르헤스는 국내에서 책을 구하기가 쉬워서라는 역자의 생각이 너무나도 맘에 든다. 그래, 쉬우면 재미없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 또한 충분히 보르헤스, 마르께스와 남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단한 작가들이다. 그리고 이 탱고는 여성작가들의 비중이 높다. 사실 문학에서 남성의 비중이 매우 크고 남미문학은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한데 환상문학선이라는 모음집에서 여성작가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물론 글들도 다들 괜찮다. 사실 흉내낼 수 없는 감성이라 더욱 괜찮다. 원래 사람이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더욱 갈망하지 않는가.
단편으로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세이렌의 노래, 울리세스, 우리에게 땅을 주었습니다, ... 말을 바꿔야겠다. 다 괜찮다. 세이렌의 전설을 듣고 평생을 추구하여 결국 세이렌의 노래를 만들어내는 사람의 이야기나, 젊음과 늙음을 반복하는 울리세스의 모습, 정부를 비난하는 우리에게 땅을 주었습니다와 역무원. 모두 명작이다. 모두 몽환적이지만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짓같은 현실에서 그들은 환상을 뽑아내 진실을 이야기한다. 현실에서 거짓을. 환상에서 진실을. 이것이 바로 남미문학을 말할 때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마술적 리얼리즘'이다. 우린 정말 환상의 안개 속에서 진실의 찾는다. 그리고 언제나 진실은 너무나도 가슴아프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읽었지만 슬프다. 나른하게 잠이 오는 오후가 되어버린다. 이대로 잠이 들어버렸으면, 이라고 꿈꾸는 현실의 지친 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남미의 책들은 잠을 자라고 이야기한다.
'잠이 들면, 편해질 거야.'
하지만 난 언젠가 잠에서 깰 것이고, 결국 현실은 너무나도 차갑다는 것을 더 잘 알아버렸기에 슬퍼진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현실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우리에 희망이란 것이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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