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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착한 고양이 알퐁소, 감상.

by UVRT 2012. 9. 20.



착한 고양이 알퐁소

저자
마르셀 에메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 | 2001-12-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에메는 현대사회의 권태를 독특하고도 희극적인 인물을 통해 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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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말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들이 나를 비난하지는 않을까? 왠지 우리집 개가 말을 하게 된다면 나는 굉장히 욕을 먹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난 개같은 주인이니까. 정말이지, 나라면 나 같은 놈이 있는 집에 분양 받았을 때 혀를 깨물고 죽거나, 문이 열렸을 때 도망갔을 거다. 하지만 다행이 우리집 개들은 가식적이나마 나를 좋아해주는 척 하고, 도망가지도 않았는데다가 말도 못한다. 얼마나 좋은가.


사실 동화는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어린 아이의 개념 자체가 근대에 정립된 만큼 진정한 동화는 삶의 지침과도 같은 내용이 담겨야 했다. 굉장히 냉혹하고, 희망찬 내용들이 필요하다. 잘못한 자는 벌받고, 잘한 자는 칭찬을 받는다. 그리고 노력한 자는 보답을 받게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어린 생물들은 자라서 소처럼 일을 하지 않을 것 아닌가. 소는 불평하지 않는다. 어떠한 가축도 말을 하게 되었을 때 주인을 비난하지 않는다. 왜 나는 일을 이렇게 많이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지도 않고, 딱히 자식들이 매번 잡혀가서 살해당하는데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야 하는 것이다.

동화의 기본은 우화이고, 우화는 모두 하나의 상징으로 대변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모든 이야기는 하나가 된다. 에메의 동화들도 대부분 그런 편이다. 눈알을 빼주고, 아이들을 위해 백조가 죽지를 않나, 늑대는 주인공들을 잡아먹기도 한다. 물론 배를 갈라서 꺼내기는 한다만. 이미 늦은 거잖아.

유쾌한 풍자가 존재하지만 내면에는 굉장히 냉혹한 현실들이 흐른다. 너희가 만약 분수도 모르고 이런 짓을 한다면, 이렇게 되버릴 것이다! 라는 어른들의 질타가 동화 속에는 항상 담겨 있다. 그리고 모두 마지막에는 눈물 흘리며 잘 되었구나, 라고 한 마디만 하면 모든게 해결. 진정한 용서와 관용이 살아 숨쉬는 세계가 바로 동화의 세계다.

어른이 된 뒤에도 사실 에메의 동화책은 굉장히 재밌을 것이다. 누구나 즐거워할만한 에피소드로 이뤄져있고, 나는 즐거웠다. 차라리 안데르센을 볼 바에는 에메를 보는게 좋지 않을까, 하기도 한다. 동화의 근본과 정수가 있으면서도, 유쾌한 변용이 살아 숨쉰다. 만약 내가 동화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면 난 주저 없이 에메를 선택하겠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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