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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향수, 감상.

by UVRT 2012. 9. 5.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페이퍼북)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6-02-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38 전 세계 천만 독자들이 선택한 금세기 독일어권 문학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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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녕 이 책을 아직도 빼먹고 있었단 말인가. 분명히 굉장한 반향을 불러왔고, 영화가 나온지도 한 5년이 넘은 것 같다. 그런데도 감상문을 적지 않았다니. 아마도 판타지 좀 읽는다는 사람, 혹은 책 좀 봤다는 사람치고 이 책 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 같다. 그정도로 유명하고, 굉장히 좋은 책이다. 난 그림에 색기가 있는 걸 좋아하는데, 물론 소설에서도 色이 뚝뚝 흘러 떨어지되 천박하지 않다면 엄청나게 좋아한다. 야한 걸 좋아하는 건 나의 본능 아니겠나.

사실상 여기서 행해지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굉장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데, 남자라면 어느정도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여자들의 마인드는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솔직히 알 수도 없고, 알 바도 없는지라 언급하지 않겠고 남자란 사실 '여성' 그 자체 보다는 '여성에 내제된 특성'에 관심이 가는 경우도 있고, 까놓고 '성욕처리'만 되면 '여성' 자체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여자를 그럼 성욕의 대상으로만 보느냐? 까놓고 내가 뇌내에서 살인을 하건 강간을 하건 무슨 상관 인가? 실행에만 안 옮기면 그건 그저 '저 빌어먹을 새끼, 패죽여버리고 싶다.'라는 거랑 아무 차이가 없다. 그리고 남자는 자위라는 행위를 통해 성욕의 안전한 해소가 가능하고, 안전한 해소가 가능하다면 굳이 그걸 참을 필요가 없다. 파괴욕을 왜 사람들이 제어하고 참느냐? 안전하게 해소가 안되니까. 수면욕이나 식욕 같은 것도 안전한 해소법인 적절한 식사와 적절한 수면이라는 해결법이 있기 때문에 모두 별로 크게 참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향수는 그런 여성에 대한 특징적 집착을 굉장히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일종의 패티시즘이라면 패티시즘일텐데,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복합적 가치나 일반적 통념 상의 존중 같은 것보다 더욱 원초적인 욕망을 표현해주고 있는 것이다. 음담 중에서 나한테 안 주는 년보다 더 나쁜게 나한테만 안 주는 년이라는 말이 있는데, 독점욕에 대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공유보다 좋은건 독점이고, 가장 나쁜건 소외다. '향'이라는 가장 직관적인 감각기관을 통해 추구하게 되는 '독점욕'은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 모든 것을 초월한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여성이라는 건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야말로 남성적 소비지 않는가. '흥분'하기 때문에 '여성'인거지, '여성'이라 '흥분'하는게 아니다. 가슴이 크건 작건 엉덩이가 크건 작건 벗었건 입었건 나이가 많건 적건 그냥 내가 흥분하면 그만이다. 그게 남자건 동물이건 아무 상관 없다. 다만 그런 것에는 잘 흥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은 결국 에로틱에 가려진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성별이나 미추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내가 추구하는 그것이 충족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원리이자 절대 명제다. 이야기는 그래서 지극히 남성적이고, 판타지다. 그는 향을 위해 그렇게 행동했지만, 우리 머릿 속에서는 내가 흥분하는 '무언가'를 위해 같은 일들이 항상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욕망에 솔직해질 때, 그리고 그걸 행할 능력마저 충분해질 때. 이 이야기는 성립된다.
그리고 누구나 이런 욕망을 항상 가지고 있기에 이해할 수 있다.
거기에 남자라면, 이해를 넘어서서 자신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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