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독서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감상.

by UVRT 2012. 9. 3.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저자
이기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6-10-1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여러분, 웃을 준비 하세요 유쾌한 소설가 이기호 두번째 소설집 ...
가격비교


니적느적 대다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젠장할, 대체 이거 읽은지가 언젠데 '귀뚜라미가 온다'도 안쓰고 이것도 안쓰고 나랑 인간, 아오 시발. '조대리의 트렁크'도 읽어봐야 하는데 돈도 없고 근성도 없고 패기도 없고 젠장 젠장.

이기호의 세계는 그야말로 애매모호함의 나라입니다. 잘한 놈도 잘못한 놈도 있고 전부 다 그런 놈들 밖에 없습니다. 현대의 코드는 그야말로 애매모호함, 규정지을 수 없는 흐릿함이 아닐까 하는데 그걸 다른 말로 변환시키면 아마도 '소시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든 '나'들은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갑니다. 남들이야 허세라고 비웃어도 적어도 어떤 권력자보다 당당하고 큰소리 탕탕치는 사람들은 너무나 멋지게 표현됩니다. 조금만 어긋나도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지만 글은 솔직하게 그들의 삶에 기뻐하고, 감탄하고, 놀랍니다. 중2병과 문학은 사실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게 있어서 절박한 삶이 남들에게 있어서는 어릿광대처럼 보이는게 세상사라고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 생각할 때 너무나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릴지언정, 그 때는 모두가 진지했습니다.

정말 신이라고 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중2병은 사실 양아치와 같다. 부러진 담배를 피울 때 보이는 멋진 삼류의 미학이 존재한다. 견고한 자기완결성을 가지고 주장한다. 우리는 천원을 삥 뜯으면 가다가 오락하라고 100원은 거슬러주는 따듯한 정이 존재한다고. 어떤 중2병도 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신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완벽한 자존감을 지니고 있어야지만 그는 스스로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인물은 어떻게 굴려도, 비참해지지는 않는다. 우스워질지언정 그들은 동정받지 않고, 사회의 하층에 있더라도 깔봐지지 않는다. 그렇게 이기호는 수많은 갈팡질팡하는 우리들을 끌어다 전면에 던져놓고 외친다. 자, 이 사람을 보라. 그리고 너 자신을 보라. 그리고, 나를 보라.

아낌없이 스스로를 던질 줄 아는 작가의 희생 정신에 감동하면서, 소설은 유치함을 넘어서 자기고백적 페이소스를 내포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가지고 일렁거린다. 작가 자신과 반투명하게 겹쳐지는 소설 그 자체의 잔상은 그야말로 슬픈 유쾌함의 나라로 우릴 인도한다. 아무도 怒하지 않고, 哀하지 않지만 분명히 그들은 哀樂과 喜怒를 보여준다. 소설 전체를 일관되게 뚫고 지나가는 이 양가적 감수성이 바로 나와 소설을 이어 붙여주는 접착력일 것이다.

만약 세상 모두를 사랑하는 당신이 있다면, 예수라 부르겠다. 세상 모두를 동정하지 않는 당신이 있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할 터이고, 그런 사랑과 무관심 사이에서 애매하게 갈팡질팡하다가 지옥에 떨어져 무쇠 솥에 삶기는 당신이 있다면, 나는 바로 옆 솥에서 기름에 튀겨지거나 칼산을 밟으면서 목이 터져라 같이 외쳐주겠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갈팡질팡하다가 이럴 줄 알았"잖는가.

'책과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을 마시는 새, 감상.  (0) 2012.09.20
향수, 감상.  (0) 2012.09.05
행복한 프랑스 책방, 감상.  (0) 2012.07.18
캐비닛, 감상.  (0) 2012.07.18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감상.  (0) 201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