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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감상.

by UVRT 2012. 5. 12.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일본 최고 맛객의 음주 충동)

저자
니시카와 오사무 지음
출판사
나무발전소. | 2011-03-22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여행과 술이 어우러져 더욱 낭만이 있는 세계 술 맛 기행저자는 ...
가격비교


나도 마신 술은 기록해두는데, 그건 기록이고. 이건 그야말로 글이 아닌가. 어디서 먹었고, 무얼 먹었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간이 버틸지 모르겠지만, 술은 술 맛만으로 먹는게 아니니까. 분명히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술은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마시는 것이다. 분위기와 술. 분위기를 마시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고, 술을 먹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 글은 분위기를 마시는 사람, 거기에 술까지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까지 술의 추억을 사랑할 수 있는지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터. 무언가 대단한걸 기대한 사람은 사실 실망할지 모른다. 애매모호한 컬러, 기괴할 정도로 비싼 가격, 거기다 다 읽고나서 느껴지는 허탈감은 책 잘못 샀구나, 라는 기분을 들게 할 것이다. 당신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그리고 술을 마시더라도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니,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 책은 필요없다! 아무런 필요도 없고 가치도 못 느낄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책을 사지 마라. 당신에게 유용한 책은 적어도 세상에 72만 8천권쯤 있겠지만 이 책은 아니다.

당신은 술을 좋아하는가? 하긴,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을 살리가 없다.
당신은 술 옆의 음식도 좋아하는가? 안 그렇다면 당신은 진정한 주선(酒仙)이거나 바보다.
당 신은 술 옆의 사람도 좋아하는가? 당신 옆에 불러 올 사람 말고, 술과 사람이 있는걸 좋아해야 한다. 술은 분위기를 달궈주는 최고의 연료이고, 고독을 씹으며 마시는 술은 멋은 있지만 외롭다. 물론, 추억이 가득하고 당신 마음 속이 풍요롭고 술이 이미 당신의 사람이자 사랑이라면 술 옆에 굳이 사람이 있을 필요는 없다. 술이 출렁출렁 뱃 속을 차오르면 옆에 없던 사람도 있는 것 같으니까. 아니, 술 자체가 이미 곁에 있으니까 만사가 회복된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바닥에 쿵쿵 찧어대면서도 다시 술을 찾는 이유는 말 할 것도 없다. 술이 거기에 있으니까!

결국 이 책은 술맛을 돋구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출렁거리면서 약간은 횡설수설에 기분은 얼근하니 달아오르는 그런 기이한 술버릇처럼 핥듯이 술을 이야기한다. 탁, 넘겨버리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술은 음미를 위한 시간을 강제한다. 최고급 부르고뉴의 와인이 아닐지라도, 끝내주는 고급 위스키가 아니라도, 비장의 명주가 아니라도 술은 맛있다. 벌레가 출렁이며 꾸물대도 그게 바로 맛이다. 그게 있어야 맛있는것이다. 다른 음식에는 전혀 통하지 않을 논리가 술에는 존재한다. 모든 것을 관대하게, 그리고 모든 것을 사랑한다.

그리고 술은 너를 관대하게. 나를 사랑하게 만든다. 행복하게 술을 마시고 있노라면, 많이 먹고 적게 마시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차가운 한 잔이 내 목을 타고 위장에 내려앉아 자리를 틀면서 부르르 몸을 털며 으쌰, 라고 외칠 때 치솟아 오르는 열기가 코를 스쳐 깊숙히 토해질 때 난 술을 마신 것이고, 모두가 숨을 공유하는 이 좁아터진 술자리에서 우리는 같은 것을 공유하게 된다. 모두 오롯이 나누고, 오롯이 즐긴다. 술을 즐기지 말라. 술의 맛을 느껴라. 그리고, 술이 주는 행복을 가져라.

술을 먹고도 행복하지 않다면, 지금 당신은 술을 잘못먹고 있는 것이다.
 
술을 돌이켜 볼 때 즐거운 기억이 없다면, 당신은 술을 전혀 못한다. 마신 적도 없다. 그러니 술은 행복하게, 그리고 즐겁게 즐겨라. 아무리 초라한 안주도 서먹한 친구도 술과 함께라면 최고다. 모든 것이 술로 끈끈하게 들러붙어 추억이 될 것이다. 술 이름은 설령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 모습은 기억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된다. 이름을 몰라도, 술을 마실 때의 유쾌함이 기억난다면 그거면 충분하다. 술은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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