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은 알겠다.
그런데 대체 '茶'는 뭔가. 그래서, 나는 굉장히 말도 안되는 가정을 머릿 속으로 지나가게 만들었고, 그것을 그대로 실현해볼까
한다. 아마도 그 발상의 처음과 끝을 모두 싣는다면 이 감상문의 분량은 별로 길어지지도 않을 것 같지만 내가 귀찮으므로 여기에
그렇게 적지는 않는다. 어차피 적다보면 다 되겠지. 알게 뭐야. 차라리 黑과 白이라고 하면 좋겠지만 사실상 여기서 黑과 茶는 나와
내가 아닌 다른 모든 것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한다. 나야 일본인이 아니라 그런 감성 잘 모르겠지만, 동북아시아의 감수성을
관통하는 茶의 세계는 저 먼 남쪽의 Y섬까지도 내 감성을 연결해줄지도 모른다.
왠지 모르게 온다 리쿠의 글은 행복한 사람이 더욱 잘 공감할 것 같다.가진 자의 공허, 행복한 자의 결핍, 그리고 밝은 자의
음울함을 온다 리쿠의 세계는 너무나 섬세하게 속삭여준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너는 사실 너무나 추악하지, 라고 귓가에서 속삭여주는,
절대적 세계에 대한 동경심과 그 그림자를 온다 리쿠는 표현한다. 모두 가진 자의 결핍, 행복한 자만이 가지는 불행을, 아무도
이해 못하는 그 세계를 작가는 그려낸다. 그리고 지금, 黑과 茶는 교차되며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낸다.
黑도 茶도 모두 투명하고 하이얀 것들을 자신으로 물들인다. 그리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 행위에 쾌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등줄기를
스쳐지나가는 섬뜩한 쾌락에 흠칫하고 자신을 되돌아본다. 부유한 자에게 있어서는 안될 자기 파멸에 대한 끝없는 사랑은 인간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내가 잘못된 것인가. 자신에게 의문을 던진다. 음울할 일이 전혀 없이 밝은 세상을 살아가던 사람에게 어느덧 찾아온
그림자의 흔적은 자기 자신조차 싫어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은 곧 주변이 자신을 그렇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야 만다.
완벽하지 않은 것을 싫어하는 인간은 불완전한 것을 깔보게 되고 이것은 곧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사실상 누가봐도 성공한 주인공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사치스러운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미스테리'를 지참하라. 서로의 비밀은 적나라하게 파헤쳐지고 환상처럼
피어오른다. 모든 것은 흑과 다의 환상. 세계는 우리 넷으로 물들고 우리는 이제 세계를 어찌할 수 없이 구도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세계는 오직 우리 뿐이고 우리 사이의 문제만을 고민하는 것이 이 세계의 존재 이유다. 모든 것이 존재할 수 있는 세계에서
드디어 행복하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애매한 것에 대한 환멸이 겹쳐지면서 이제 우리 넷은 서로에게 물들며 하나의 환상이
되어간다. 너와 나눈 말 한마디, 너와 함께한 행동, 과거의 너와 현재의 나. 그리고 현재의 너와 과거의 나는 뒤섞이며 온 세상을
나와 너로 가득채운다.
그 사이에 남과 녀는
무의미하고 正과 義도 사라진다. 우리는 오직 理를 추구하며 세상의 색깔을 벗겨내 한 없는 투명과 순백을 추구한다. 모든 것의
가치는 평등하게 역전되고 사건의 엔트로피는 해결이라는 출구를 향해 끝없이 가속하며 흘러간다. 이제 나도 너도 없는 세상. 색깔은
빠져나가고 한 없이 투명한 순백의 세계가 존재한다. 모든 것이 명명 백백하게 밝혀진 '해결되어진 세계'에 나는 서 있다. 다행이
그곳에서는 부유한 나도 행복한 너도 완벽한 우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린 말할 수 있었고, 투명하게 될 수 있었다.
光의 線이 일그러진다.
빛이 튕겨오른다.
투명하고, 하얀 세계는 이제, 환상으로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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