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독서

사자왕 형제의 모험, 감상.

by UVRT 2012. 5. 3.



과연 스웨덴의 어린이들은 이 동화를 듣고 무엇을 생각하는 것인가? 자살은 멋진 것? 죽음의 세계는 아름다워, 뭐 그런 감정인걸까. '니임의 비밀들'에서도 느꼈지만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모든 것이 직설적이다. 에둘러 표현하는 법이 거의 없고 모든 것은 흑과 백으로 나뉜다. 애당초 애들이 그렇기도 하고. 그런걸 보면 오히려 어른들이 더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게 아닐까.

아이들의 세계에서 죽음이란 오히려 매우 쉽게 다뤄진다. 어쩌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위해, 어린 시절 몇 번 겪지 않는 일에 대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동화에서 아름답게 그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여태까지 아이들의 동화에서 죽음이란 좀 더 아름다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과도 같이 묘사되는 것을 많이 보았고, 정작 '사람의 죽음'은 크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느꼈는데 이 놈의 동화는 주인공이 몇 번 죽어야 만족하겠냐. 과연 린드그렌 여사. 삐삐의 어머니. 이쯤되면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반도 3국의 정체를 알 수가 없어진다. 그 마지막에 배신당하고 죽는 인어공주 그 것도 스웨덴 꺼지! 이 미친 나라가!

낭기열라인기 닝길리마 인지 둘 다인지 아무리봐도 이건 사후세계인데, 어찌보면 전통의 판타지 구조를 지니고 있는 거 같기도 한게 과연 이게 73년도의 작품인지는 믿기가 어렵다. 사실 동화에서 이런 이세계 이동 소재는 낡고 낡다 못해서 완전 클리셰의 클리셰가 되버리긴 했는데, 정작 구조적 완성도는 이 동화들이 더 높다고 본다. Classic 은 그야말로 Class 가 있다는 말인데, Class는 그야말로 격을 의미한다. 대상 독자가 명확하고 내용과 말하고자 하는 바를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는 능력과 행간에 불필요함이 없는 이 책은 같은 plot을 사용하는 듯 하지만, 그 것을 살리는 style이 다른 것이다.

어쩌면 판타지의 원형Archtype을 명쾌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장편 동화들을 읽어보는게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안에 숨쉬는 원시적이고 거칠지만, 너무나도 약동하는 사건들은 당신을 만나 더욱 더 재밌는 이야기로 가지를 칠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끝까지 형보다 못한 이 동생을 보며 아이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형과 함께 살기 위해 닝길리마로 떠나는, 그리고 낭기열라로 스스로 떠나는 쓰꼬르빤의 그 마음은 용기일까, 도피일까. 그리고 이 건 아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심어줄까? 순수함, 그 마음이 없이 본다면 이 동화는 너무나 무서울 것이다. 아마 한국의 청소년 단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지금이 2012년이 아니라면 아마도 금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아이들이 가장 의문스러워하지만, 결코 어른들도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한 린드그렌의 대답이 실려있다.

삐삐 롱 스타킹의 어머니. 과연 그녀는 대단했다.

'책과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 먹어요, 감상.  (0) 2012.05.07
페로 동화집, 감상.  (0) 2012.05.05
은교, 감상.  (0) 2012.04.29
미니픽션 5분의 미학, 감상.  (0) 2012.04.29
최순덕 성령충만기, 감상.  (0) 2012.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