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라 말해야 하는가?
애타는 사랑을 말해봐야 하는가? 아니면 무서운 예술로의 집착을 논해야 하는가? 광기와 사랑과 집착은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이임이
틀림없는데, 대체 인간은 무엇때문에 우리는 이러며 살아가고 있는가? 인간아, 인간아. 어디로 가려고 이다지도 벗어나려 하지
않는게냐. 70 노인의 10대 여인에 대한 애정은 집착인가, 아니면 사랑인가. 국경도 나이도 성별도 초월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어디까지 초월 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랑에 한계는 없단 말인가? 사랑은 무한할지 몰라도 인간의 이성과 허례는 유한하여 사랑에 한계를
긋는다. 그래, 보이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명예가 무엇이기에 예술이 무엇이기에 사람은 이다지도 괴로워해야 하는 걸까. 왜 인간은 고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일까. 용기없는 나도
모르겠다. 사랑을 먼저 말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세계다. 다만 글을 써 내보이는 것만이 내가 하는 모든 것이라고
고백할 따름이다. 글에서는 사랑을 말하고 나를 보이지만 역시나 두렵다. 누군가 이 창을 넘어서 나를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직시(直視)는 내게 있어서 질시(嫉視)에 불과하다. 싫고 두렵다. 사랑 또한 그런 것이다.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고 그것으로 내가 행복해질 수도 없다는 것을 익히 알지만 할 수 밖에 없다. 사랑은 미친 것의 경계에
서 있다고 한다. 나도 그 광기를 한번쯤 엿보고 싶다. 하지만 나는 다만 머리로만 알고 귀로만 들었을 뿐, 마음으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사랑이 갈 곳을 나는 모른다. 마음에 고여 있는 것은 확실할까. 감정이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두려울 따름이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것도 나를 살아하는 네가 아닌 지금의 너 이기에 나는 내 마음을 고백할 수가 없다.
영원히 나를 사랑하지 말아줄 수 있겠니. 마음으로 마음으로 애가 닳도록 부르고 만지고 사랑하고 있지만 말하지 않을 것이다. 말할
수가 없다. 그것이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기에.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너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나를 사랑한다면
아마도 굉장한 슬픔이 차오를 것이다. 아니, 슬픔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나같은 것을 사랑하는 네가 너무 안쓰러워, 내가 싫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사랑하는 너 또한 싫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나를 경멸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사랑한다고 결코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네가 나를 사랑하기 전에 난, 사라질 것이다.
지금처럼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웃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날 비웃고 싫어해 주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 사랑스럽게 보인다.
계속 그렇게 날 싫어해주렴. 난 계속 너를 좋아할 테니까.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있게 나를 싫어해주길 욕망한다. 지금과 같은
너야말로 내가 사랑하는 너니까. 그리고 그래야 나는 사랑을 할 수 있으니까.
만약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리고 누군가 너를 사랑한다면. 이제 나는 스러져야 한다. 낙엽처럼 떨어져 한 톨 쌀알처럼 땅 속 깊이
떨어져야 한다.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너를 보는 것은 너무나 괴로우니까. 나로 인해 너의 아름다움이
스러지는 것도 싫다. 내가 옆에 있어 너를 추하게 만드는 것 같아 항상 미안하다.
그래서 난 너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않는다. 그래야만 나의 너로 남아줄 테니까. 너를 위해 내가 죽는다. 나를 위한 너로 남기기 위해 내가 너를 떠나 너를 너로 남긴다. 너는 아무것도 모른채로 그렇게 남겨져 주련?
그래, 이런게 사랑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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