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 통제라.
기억나는건 최순덕 성령충만기 밖에 없으니, 나는 대체 무엇을 말해야 하는 건가. 그런데 여기에 들어있는게 버니가 맞소이까? 머니를
바니가 바구니에 버는데도 텅텅 비니까 버니라는 그 버니? 시바, 만약 그 버니가 맞다면 대체 이 미친 글들은 과연 이기호라고
해야 하는건가. 이 자가 가진 맛간 세계는 정말이지, 미쳤어. 저번에 '사과는 잘해요'에서 백가흠의 '귀뚜라미가 온다'의
<광어>의 이미지로 이기호를 설명했는데 그건 내가 착각한 거고, 이 인간은 그래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였지. 국기 계양대에 대롱대롱 메달려서 우리 다 함께 개진상을 떨어보며 세상의 시국을 논하는 그런 블랙 코메디의
위악(僞惡)적 세계가 바로 이기호의 세계니까.
쉬워보이는데 막상 이딴 글을 써제끼려고 하면 존나 힘들다는게 바로 이기호의 특징이 아닐까. 그의 소설은 항상 존나 개같은 느낌을
들면서 존나 이딴 걸 글이라고 내는가, 라는 느낌을 동시에 전달한다. 과연 이것의 어떤 부분에서 나는 감동을 느끼고 주제를 찾고
메세지를 전달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지만, 왠지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대해
"좆까라 새꺄."
라고 외쳐주는 기분이다. 세상이 어떤 것인지 괴상한 인물 군상들은 여지없이 보여준다. 인간의 욕망이 뒤섞인 이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하고 그것 때문에 후회하고 고통스러워하지만 결국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좆까라, 세상. 빌어처먹을 것 같은 세상과 인생이지만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삶은 좆까는 거고 세상은
엿이다. 그게 진실이자, 사실이다. 너와 나 사이에는 오직 욕망이 있을 뿐이고 내 머릿 속에도 골이 빈 욕망만 들어차있다.
세상이 아름다울 이유가 있는가? 내가 고귀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어차피 난 개새끼고 세상은 씨발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왜 이야기 속 세상은 항상 행복해야 하는 걸까. 아름다운 것이 보고 싶다면 동화나 읽어보면 될 것 같다. 그래,
'CMB'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삶도 죽음도 모두 집어 삼킨다.
여기에 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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