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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시리즈, 감상.

by UVRT 2012. 4. 28.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세트

저자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출판사
서교출판사 | 2006-09-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돈 까밀로와 뻬뽀네의 탄생 60주년 기념, 『신부님 우리들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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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한국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사실 모른다. 아는게 없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해보자. 70년대 이탈리아에 대해서 우린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답하건데, 거의 없다. 그리고 내게 있어 70년대의 이탈리아는 이 책에 나오는 그 모습 그대로만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신부님, 공산당, 마을 사람들. 흐르는 뽀강. 일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글로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그 것이 외국인이라면 더더욱 그럴터이고.

한국에서 태어나 자본주의의 맛을 보며 도시에서 자라난 불교도-혹은 무교도-인 나와 이 책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자연스럽게 내게 예수를 '님'이라 부를 수 있게 하였고 신부님들을 유쾌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은 종교를-카톨릭을- 비난하고, 비꼬고, 신뢰하고 존경하고 있다. 신부님이 ak-47을 들고 수류탄을 던져도 괜찮고 예수님도 그걸 알고 계신다. 애당초 신부님이 예수님과 이야기를 한다는 것부터가 신성모독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찌되건 우리의 신부님은 촌장의 소총에 대항해 기관총을 지하에 가지고 계시며, 소총 200정을 2드럼의 기름과 함께 언덕 위에 창고 째로 폭파시켜 버린 전력 또한 가지고 있다. 예수님은 항상 옳은 말만 하시지만 그놈의 십자가에 매달려 계시기 때문에 신부님을 혼낼 뿐 어찌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불발난 미사일이 터지지 않게는 하셨지만 말이다.

러시아에서 신부님이 보여주는 절대적인 종교적 성과는 이성주의자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신부님의 희화화는 종교주의자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바라봐라. 이 책에는 단지 사람이 먼저 있을 뿐이다. 촌장은 타락했지만 나쁘지는 않고 신부님은 기력이 쇠하셨지만 죽지는 않았다. 그거면 된 것 아닌가. 약점을 잡고 협박을 좀 하면 어떤가. 모두 좋게 되자는 것인데.

세상이 좀 그지같으면 어떤가? 그게 사람이고 세상이자 살아가는 인생인데.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아무것도 못하고 입만 살아 나불대더라도 신부님은 관공서에 기관총을 난사하지 않았고, 촌장님은 교회에 불을 지르지 않았다. 세상이 비록 쓰레기 같고 종교따윈 믿지 않더라도 모든 것을 다한 아버지는 양초를 사 성당에 바쳐 정성을 다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종교든 사상이든 법이든 모두 사람이 잘되기 위해서 있는 것이고, 그것은 모든 것을 초월하여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모두가 사람임을 잊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다. 신부님은 우리들의 신부님이시며 그가 비록 사람을 패고 기관총을 숨겨놓고 골초에 탁자를 부수며 주교를 협박하고 공산당을 욕하고 촌장을 엿먹이며 힘자랑을 즐기며 헌금에 대한 속물적 근성으로 넘쳐흐르지만 그는 항상 사람을 생각하였다. 그렇기에 모두는 그를 '우리들의' 신부님이라 말한다.

이 책은 종교에 대한 한 없는 존경이자, 비판이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끝없는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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