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퀴즈쇼로 표현하기에는 어렵다. 이 쇼에는 하나의 세계가 담겨있으며 그것은 현대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 된다. 삶은 삶에서
괴리되 퀴즈쇼라 불리는 극단적인 현장으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우린 과장된 세계를 만나게 된다. 싸우고, 이겨서,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렇기 위해 다시 싸우고, 이겨서, 존재를 증명한다.
메트릭스의 세계처럼 요상한 곳으로 흘러간 주인공은 아무
것도 신경쓸 필요 없이 퀴즈만 풀면 된다는 말도 안되는 설정에 빠지게 된다. 의식주의 걱정도 없고 그저 퀴즈만 풀면 된다는 것.
매력적이지 않는가. 그곳에서 그들은 경쟁하고 획득하며,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는다. 오직 퀴즈, 퀴즈만이 남아있다. 우리는 문제와
맞닥뜨리고 그것을 해결한다. 그리고 우리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가 존재하고.
그것을 해결한다.
문
제를 내는것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문제를 만드는 곳은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을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문제를 풀고,
상금을 획득한다.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퀴즈쇼, 이 세계다. 세상은 하나의 쇼이고, 그 뒷편과 그
앞은 아무도 고려하지 않는다. 쇼는 곧 '보여지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오직 현재만을 살아간다. 미래도 과거도 존재치 않는
이 곳에서 우리는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삶과 괴리되어 있다고 믿지만, 그곳은 어느 산골의 알 수 없는 장소의 이상한
건물에서 펼쳐진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이곳은 삶이다. 우리는 당면한 문제를 풀어나가고 이익을 획책한다. 우리와 같은 소시민,
대의가 아닌 소의(小意)만을 가진 이 세계는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가. 거대 담론 따윈 엿이나 먹어라.
세상에는
문제가 존재한다. 내가 당면한 문제를 만든 근원적 문제. 그것은 하나의 퀴즈다. 세계는 잘못되어 있다. 그렇다면 대체 답은
무엇인가? 이것을 해결할 답안은 어디에 있는가? 세상 모든 지식 속에 그 답이 있긴 한가? 답이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이 세계는,
과연 문제 없는가. 고작 눈 앞에 놓인 만원 때문에 싸우는 것은 어리석다. 그렇다면 대체 얼마가 되어야 인간은 타인과 싸울
'합당한 이유'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싸울 수 있는 합당한 이유가 돈을 환산된다면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는
얼마가 필요할까. 그리고 내가 죽기 위해서는 얼마가 필요한가. 너와 나의 목숨은, 그리고 인류는 얼마인가. 인류는 종이쪽에 숫자를
적어놓고 가치를 합의했다. 그것은 합의된 가치일 뿐, 숫자를 쓴 종이에는 하등 가치가 없다. 거기에는 '약속'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약속을 잊고 가치가 만든 거짓 가치에 열광하고 있다. 약속은 잊혀지고 무가치가 가치를 창출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생을 건다. 이게 문제다. 내일까지 백만원을 받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내 목숨은 백만원이다.
백만이라 적힌 종이쪽은 곧 나의 목숨이고, 사람들은 그것에 합의했다. 나의 죽음은 약속이 된다. 내가 죽기 위해 필요한 돈은
백만원. 돈의 가치는 공허할 뿐이고, 가치는 약속이기에 숫자 적인 종이인 돈에는 가치가 없다. 천억이건 1조이건, 내 목숨도 값이
매겨지는 순간 아무런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세상은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세상은 허황과 공허, 무가치만 존재할 뿐 인간 따윈 어디에도 없다. 인의예지? 지랄마라.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세상은 지금 너에게 문제를 내고 있다.
"그러니까 결국 너는 얼마인가?"
대답하지 않는다면, 너는 0원이다.
대답한다면, 너는 무가치하다.
자
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쟁과 질시와 투쟁은 오직 '돈' 때문이다. 경제적 문제는 인류를 항상 고통스럽게 만들어왔다.
최초의 거래가 발생할 때, 인류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가 약속을 잊고 돈에 가치를 부여했을 때, 인간은
이제 곧 돈이 된다. '얼마?'라는 무한한 퀴즈를 내고 있는 이 세상에 우리는 항상 '지금 당장'을 위해 살아간다. 쇼하고 있다.
매일 매일이 전쟁이다. 천원을 아끼기 위해 우린 지하철로 달려가고, 백원이라도 더 벌기 위해 바코드를 찍는다. 한국인의 시간은
1시간당 약 5천원일 것이다. 너의 하루는 아마도 12만원 정도일 것이다. 너의 일년은 4380만원.
우리는 70년을
살아간다. 나와 너의 인생은 30억 하고도 6천 6백 만원. 비싼가. 싼가. 무가치한 약속의 종이짝은 내 인생이 되버렸다. 삶은
퀴즈쇼와 같다.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근거는 오직 돈 뿐. 남는 것은 오직 돈 뿐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결국 대다수인 우리가
남기는건, 돈 뿐이다. 돈조차 못남긴다.
삶은 무가치하다.
우리는 진정한 가치를 지닌 쇼의 뒷면과 앞면은 생각치 않는다. 오직 퀴즈를 푼다.
쇼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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