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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가스라기, 감상.

by UVRT 2011. 3. 21.



가스라기

저자
진산 지음
출판사
시공사 | 2005-06-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새로운 세계, 삼라森羅. 그리고 그 안의 로맨스, 《가스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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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난 그대를 사랑하고 있고. 그대도 나를 사랑하고 있고. 아니, 어쩌면 그대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나 때문에 당신이 힘들다면, 죽는다면, 나는 당신을 버릴 수 있어요. 왜냐하면 당신을 사랑하니까.
버릴 수 있다면 그건 사랑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면 당연히 버릴 수 없어야 한다.
사 랑하는 사람과 헤어져도 난 항상 살아있다. 죽을만큼 사랑한다는 것은 역시나 모두 거짓말. 나보다 너를 더 생각한다는 것도 모두 거짓말. 결국 나보다 너를 덜 생각하는 것이 사랑. 남들 중에서는 그래도 너를 제일 많이 생각한다는 것도 어쩌면 거짓말. 너와 있는 시간이 제일 즐겁다고 말하지만 사실 난 혼자 있을 때가 더 행복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너를 사랑한다는 것도 아마 거짓말. 그냥 사랑이라는 것이 거짓말. 사랑이라는 건 나를 생각하고 좋아하다 남는 가스라기 같은 것을 남에게 잠시 주는 것. 그리고 난 언젠가 그 가스라기마저 아까워 도로 빼앗아버리겠고, 그것이 바로 헤어짐.

싸이의 병신같은 사랑 타령을 비웃고 있지만 결국 사랑한다는 것은 다 그렇다. 병신같아 보여도 자기는 즐겁다. 병신같아 보여야 즐겁다. 그러니까 이 글도 굉장히 병신같다는 거다. 왜냐하면 사랑 타령을 하니까. 사랑은 병신 같은 거고 사랑하는 연인은 그야말로 병신이다. 완벽하다면 뭐하러 다른 사람과 만나려 하겠는가. 병신이니까 그러지. 몸이 불편한 사람이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듯, 마음이 불편한 사람은 그 마음을 기댈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가장 나를 잘 받쳐 줄 것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게 바로 '첫눈에 반했어.'

돈도 좋고 명예도 좋고 마음도 좋고 어쨌건 나에게 줘. 그렇다면 나도 무언가 줄게. 돈 없이 하는 사랑은 도통 모르겠다.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행복하다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돈 없는 내가 너를 사랑해서, 이런 꼴을 하고 있는 내가 너를 사랑해서. 그래서.

이룰 수 없는 것을 알지만 갈망하는 마음은 얼마나 애틋한가. 잡을 수 없는 별을 쫒는 마음은 얼마나 간절한가. 그렇기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꿈꾸는 그대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그리고 설사 소설 속에서라도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얼마나, 복된가.

무협이기에 이 글은 로맨스이고, 그렇기에 환상이 들어있으며 세상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 곳에 존재할 수 없는 Utopia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irony의 세계가 된다.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보지만, 그래도 행복한 걸 어쩌겠는가.

이 책은 표지처럼 따뜻한 열기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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