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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라크리모사, 감상.

by UVRT 2011. 3. 21.



라크리모사

저자
윤현승 지음
출판사
로크미디어 | 2008-04-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류의 생존을 놓고 벌이는 도박 - ‘라크리모사’ 이탈리아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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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승의 출판작은 사실상 '더스크워치'를 빼면 다 본게 되버렸다. 이 사실은 나도 몰랐다. 대외적으로는 홍정훈 팬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읽은건 비상하는 매, 13번째 현자, 더 로그, 월야환담 채월야, 창월야 밖에 없어서 발틴 사가랑 아키 블레이드, 광월야가 제외되서 3작품이나 안 본거라 사실 좀 어리둥절 했다. 언제 나는 윤현승을 이렇게 많이 본 걸까.

사실 윤현승이 최근까지 비중있게 해준 작품은 역시나 '하얀 늑대들'이 아닐까 한다. 마치 김철곤이 'SKT'로 기억되고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윤현승은 '다크문'이고 김철곤은 '드래곤 레이디'다. 윤현승의 데뷔는 99년도의 '다크문'이고 김철곤의 데뷔는 00년의 '드래곤 레이디'다. 일단 김철곤의 이야기는 SKT를 논할 때나 하는게 좋을 것 같고, 일단 윤현승에 집중해야겠다.

데뷔 11년차. 벌써 윤현승이 데뷔한지 11년이나 되었다. 그리고 라크리모사는 08년의 글이다. 적어도 출판 데뷔를 한지 8년만에 나온 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난 그 연배에 의문을 품는다. 윤현승에게 대하 소설이 아닌 장편의 힘은 존재하지 않는가? 일반적인 소설 2권 분량을 쓰고도 난 이 소설에서 어떠한 윤현승의 힘을 느낄 수가 없다. 차라리 이런 거라면 댄 브라운이 더 재밌을 것 같다고 해버리고 싶다. 댄 브라운을 굉장히 저질로 평가하는 내 입장에서, 저건 윤현승에 대한 혹평이다.

'하얀 늑대들'과 '흑호', '뫼신 사냥꾼' 으로 보여주던 윤현승의 독특한 감각은 사라지고 어느샌가 '다크문'으로 회귀했다. 그것도 이리저리 얼기설기 기워진 내용으로 짜깁기 되서 말이다. 반전은 맥이 빠졌고 결말은 싱거웠다. 사실상 사건의 짜임새도 별로 즐겁지 못했다. 이리저리 떡밥만 던져놓은 채 내용은 요상하게 마무리가 되어버렸고, 이쯤되면 '몬스터'의 마이너 호환이라고까지 평가절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낡다 못해서 이제는 관 속에서도 먼지가 되어 가라앉은 종말론적 소재를 사용하면서, 거기다가 이제는 신선하지도 않은 용사와 마왕의 역할 루프를 차용하면서까지 소설이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글이 이렇게까지 길어야 할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게 되면서 이 소설 전체의 거대한 두께는 오히려 작가의 변명처럼 보이게 되었다. 라크리모사, 눈물의 날. 이 책을 덮은 후, 제목에 진심으로 공감하게 되는 사람은 과연 몇일까?

제목은 내용을 표방하거나 상징하지 못했고, 내용은 지지부진하게 이끌려가다가 이미 굳어버린 화석같은 반전을 신선하다는 것처럼 내놓고는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나를 쳐다본다.

'어때?'

개뿔이다. 이 소설은 분명히 닫힌 서고의 아래로 내려가는 그 때까지만 재밌었다. 그리고 세번째 상자를 열었을 때만 섬뜩한 감각적 자극을 줬다. 그리고 그 외는, 기억도 나지 않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 같다. 이게 윤현승의 분량조절 실패인지, 아니면 문체적 특수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책을 남에게 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볼 바에는, 그냥 적당한 종말론 책을 구해서 보겠다. 아니면 신비단체나. 그게 더 재밌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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