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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13번째 현자, 감상.

by UVRT 2010. 10. 30.



13번째 현자(상급)1~ 3

저자
홍정훈 지음
출판사
창공 | 20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대변혁의 날, 바다가 세계를 뒤덮고 대부분의 인간은 죽었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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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에서 영영 연중된 책을 용케도 목록에 넣었다. 그대의 혜안에 축복있으겁니다. 우선 13번째 현자는 재밌는 글입니다. 더로그와 같은 연도에 시작한 책이고 전작인 비상하는 매에서 가지던 우울한 분위기를 좀 더 밝게 만든 느낌을 주죠. 더 로그에 비하면 좀 더 가벼운 글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전체적 설정은 우울하고 주제도 심각하겠지만 비상하는 매의 페르아하브를 생각하면 작가가 잘 제어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거기다 주인공이 주인공이니 만큼 더 로그처럼 고어하게 가지도 않을 거라고 모두 예측했죠. 그리고 그렇게 발단이 끝나고 전개로 넘어갈 무렵 이 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끔 이 책이 그냥 좀 느리게 나온다. 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가장 최근 권인 3권이 출판된게 2002년 5월입니다. 현재 2010년 1월. 7년 하고도 9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홍정훈의 다른 작품이 6개나 연재가 되었고, 아키블레이드와 광월야를 제하면 모두 완결까지 지어졌습니다. 그렇다면이 13번째 현자는 뭘까요? 네, 연중입니다. 그런 거죠. 이정도 되는걸 연중이라 부르지 뭘 연중이라 부르겠습니까. 적어도 세월의 돌은 10권까지 나왔었고 태양의 탑은 작가가 느리게 쓰는 성격이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민희가 중간에 쓴건 룬의 아이들 뿐이니까요. 하지만 홍정훈씨는 그정도가 아닙니다. 다작하는 작가에 속하는데 7년이나 연재하지 않았다면 연재하지 않는다는거나 다름 없죠. 그러므로 이 책은 연중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작가의 세계를 문에 달린 열쇠구멍으로 바라보고 있었죠. 그 안에 있던 인물이, 사건이 이제 뚜벅뚜먹 걸어와서 문을 열고 독자를 맞이할 거라고 기대했지만 낚시였습니다. 걸어오다가 문 앞에서 갑자기 죽어버렸어요. 그런 면에서 정말 아쉬운 글입니다. 이 이후 발틴사가, 월야환담 연작을 보면 작가는 아직도 비상하는 매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상업적이고 다작하는 작가이고, 소규모 전투묘사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 장르 판타지에서 최고로 손꼽을 수 있지만 결국 그게 다입니다. 아마 이 13번째 현자를 어떻게든 연재하면서 완결지었다면 홍정훈은 좀 더 넓은 세계를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지금까지 홍정훈이 쓴 글이나 썼던 글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물론 기본 구조는 똑같습니다. 우울한 세계, 윤리적 불감증에 걸린 사회, 개인적 고통을 끌어안은 이질적이고 강력한 주인공이라는 홍정훈 세계의 기본을 충실히 지키고 있죠. 하지만 13번째 현자가 보여주던 세계는 홍정훈이 폭신한 글을 쓸 수 있구나라는 기대를 하게 해줬습니다.

글이 실질적 연중이 된 지라 글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지만, 이 글이 완결되었다면 홍정훈의 글이 어떻게 변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입니다. 분명히 3권에 연중까지 되버린 물건이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크게 보였습니다. 만약 광월야가 끝나고 홍정훈에게 여유가 남는다면 이 13번째 현자를 다시 한번 써보는게 어떨까 하네요.

이미 월야환담까지 내려오면서 홍정훈 자신이 가진 구조적 여력은 모두 꺼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낡은 집을 보수하는 건 그만하고 슬슬 새로운 땅에 지금까지의 경험과 기술을 살려 새롭고 멋진 집의 주춧돌을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계기로 13번째 현자가 연재된다면 홍정훈의 팬으로서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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