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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엄마를 부탁해, 감상.

by UVRT 2010. 8. 6.


엄마를 부탁해(교보문고 30주년 기념 특별도서 양장본+친필사인)

저자
신경숙 지음
출판사
창비 | 2010-08-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엄마의 삶과 사랑에 대해 말하다.1985년 중편소설 겨울 우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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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자리 찾기다. 어머니들이 읽으면 저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어머니가 아니다. 그래서 난 다르게 느껴진다. 이 책은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상실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 잃어버린 사람은 더 이상 돌아올 수도 없고 돌아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언제나 인정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게 사실이 아닐거라 믿을 때도 있고 누군가 나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말할 때도 있다. 때로는 이 일이 꿈이었으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에게 잔인하게 되묻는다.

 

"정말?"

엄마는 없다. 그래, 소설 첫머리부터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엄마는 없고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읽으면서 우리도 이미 알고 있다. 엄마가 돌아온다면 너무나도 좋겠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실을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일이 아니면서도 인정하지 못한다. 돌아올 수 없지만 돌아왔으면 한다. 이 시대의 모든 어머니가, 모든 아버지가 그리고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멀리 떠난 그 사람은 이제 내 기억 속에서 웃고 있지만 돌아올 수 없다. 그리고 이 책은 그걸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가면서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페이지 한페이지가 현실의 한시간처럼 흐르며 이해하지만 인정하지 않는 사실들이 마음으로 스며든다. 그렇다,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억되는 사람은 영원히 내 가슴 속에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결국 잊혀진 사람은 살아있더라도 죽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엄마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불안하다. 엄마를 잊을까봐 발을 동동구르면서 외치고 있다. 그 절절한 외침이 가슴을 울리고 어느샌가 깊이 공감하게 한다.

 

누군가를 기억해준다는 것은 그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엄마에 대해서 잊어가는 우리네의 삶을 보여주며 그녀의 자리를 다시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읽고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이 점점 잊혀지고 있는 세월의 흐름이 몸서리쳐질 만큼 무섭다. 읽고 나서 잠시 책을 내려놓고 조금 시간이 흐르면 섬뜩하게 축축하고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난 여태까지 몇명의 사랑하는 사람을 잊은걸까.

 

이책은 가슴 시릴 정도로 자기를 되돌아보도록 만든다. 내 곁에 있는 내 어머니, 아버지, 형제자매들조차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서 나는 그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묻게 한다. 그리고 '별로 없다'라는 슬픈 대답만 남는다. 여유가 있건 없건 우린 그들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모습에서 우리는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었을 뿐이라고 역설한다. 비록 우리는 잊고 있었지만 그건 몰랐던게 아니다. 잠시 잊었던 것이다. 소설처럼 옛집과 학교, 동네를 걷다보면 잊고 있던 추억과 기억들이 떠오르고 우린 서로를 알게 될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라고 말하는 여동생의 절절한 울음이 책을 넘어 팔뚝을 타고 뚝뚝 떨어진다. 잊지 말아달라는 산 사람의 애절한 목소리가 너무 슬프다. 그 눈물이 말라도 누군가는 또 울고 있을 터이고, 그 눈물이 흐르는 동안은 엄마는 잊혀지지 않는다. 잊혀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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