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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일곱번째 기사, 감상.

by UVRT 2010. 7. 30.



일곱번째 기사

저자
프로즌 지음
출판사
환상미디어 | 2005-07-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프로즌 퓨전 판타지 장편소설 『일곱 번째 기사』제 1권 시작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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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정리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복병에 걸렸다. 설마 중간에 편집과 편집책임에 인원 변동이 있을 줄이야. 역시 10권 넘어가는 장편물은 이래서 자료정리도 너무 귀찮다. 특히 이 책처럼 각 권마다 부제가 있을 경우에는 더더욱 귀찮아진다. 물론 본가가 아니면 어떤 곳에서도 도서정보까지 포함된 완판을 보지 못하겠지만 그건 상관 없다. 난 10권의 편집책임이 11권에 와서 편집이 되고 10권 편집이 11권에서 편집책임자가 되는 인사변동에 솔직히 흥미가 생긴다. 중요하진 않지만 왠지 궁금하다. 출판사에서 무슨 일이 생겼길래 편집팀에서 이런 변동이 생겼을까? 일개 독자는 그저 상상만 할 뿐이다.

 

이 글은 근래 보기 드문 좋은 글이다. 아니, 좋은 글이라기보다는 굉장히 초창기 판타지의 느낌이 많이 묻어난다. 작자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고 단지 이 책만을 봤지만 익숙한 느낌이 든다. 프로즌이라는 이름도 처음 본다. 이전에 뭘 적었고, 이 후에 뭘 적었는지 아무것도 없다. 하긴 내가 언제 작가 이름 보고 말했던가.

 

흥미로운 소재를 썼고, 여러가지 주제를 녹여낼 수 있는 전개였다. 차원이동물에서 사상과 이념이 가지는 힘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민주주의의 정신으로는 봉건주의나 전제왕정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 그것이 마법과 용이 숨쉬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부분이 이동한 존재의 물리적 힘과 재능에 시선을 둔다면 이 글은 그의 지식에 시선을 뒀다. 약간의 변화지만 이로서 글은 새롭게 다가오게 된다. 문제는 앨리엇과 롱펠로우, 포우의 시가 거기서 먹혔다는 것이다. 상황적으로 봐도 14세기 정도의 수준 밖에 안되는 곳에 3세기 이상 후대의 문학이 먹힌다는건 매우 어렵다. 아마 지금의 소설을 그리스 시대로 가져가면 문학취급도 못받을 것이다. 그 시대에 있어 문학이란 서사시니까. 같은 예로 한국문학의 걸작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많이도 필요없이 조선 중기로 가져간다면 절대로 이해받지 못한다. 애당초 그 시대에 있어 문예란 한시다. 소설이란 저질장르가 채택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소설적 우연으로 엮어내는 것이 다른 소설이라면 괜찮았을 것이지만 이 소설은 철저하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전체 분위기에서 확실히 시대가 다른 예술이 먹힌다는 것은 거슬리는 부분이다.

 

하지만 글을 읽을 동안 그런 거북함 없이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한 작가의 솜씨는 대단하다. 소설적 오류를 짚기 위해서 읽고 난 뒤에도 한참을 고민해보고 떠오른 문제이니만큼 소설을 읽으면서 저런 느낌을 받을 염려는 전혀 없다. 봉건주의에서 절대왕정 그리고 그 왕정이 공화정으로 넘어가는 전체적 유럽사를 깔끔하게 압축해냈다. 실제 역사와 매우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것은 작중에서 언급되는 '단지 계기를 만들 뿐이다'라는 주인공의 주관과도 매우 흡사하다. 이 소설의 강점은 바로 그것이다. 어디선가 본듯한 소재들을 긁어왔지만 솜씨좋게 엮어냈다. 장르는 뻔한 것이고 독자는 그 뻔한 것에 매력을 느껴서 계속해서 장르를 찾는다. 그리고 작가는 뻔한 와중에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세계를 부수지는 않아야 하지만 그 세계 밖을 보여줘야 한다. 어려운 과제지만 작가는 자신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했다. 세계 안의 물건을 주물럭거려서 추상적인 관념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할 말을 충분히 다 했고 그것이 융통성이 없게 느껴지는 답답함도 있지만 이 글은 분명히 잘 꾸며졌다.

 

새로운 것과 신선한 것은 반드시 기존에 사용하지 않는 길을 걸어가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같은 것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 다른 각도의 시선, 다른 반응 등 사소한 것들을 쌓고 쌓아서 전혀 새로운 소설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모두가 특이한 것에 도전한다면 오히려 가장 소박하고 기본적인 소재를 이용하는게 더 특이해보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은 충분히 독창적이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소재만으로 재밌게 풀어나간 글이다. 하지만 작가는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었고 그 욕심이 글의 마지막을 흐트러뜨려 글이 한걸음 뒤로 물러난 느낌이다. 주인공과 인물들로 통해 그정도로 노골적인 주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결국 마지막에 와서 자신의 입으로 직접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마지막에 들어서 욕심이 과했다. 너무 의욕이 넘쳤다는 것만 뺀다면 이 책은 충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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