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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홍염의 날개, 감상.

by UVRT 2010. 5. 10.



홍염의 날개

저자
진대근 지음
출판사
마루&마야 | 2008-03-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살의 나이에 어린 남자 아이의 껍질을 뒤집어쓴 남자. 어린아...
가격비교

작가의 말에 크게 반박해주고 싶다. 이 작가는 대체 먼치킨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제일 쎈 사람은 누구?'라는 괴상한 비교대회에서 응모한 사람이 손오공, 베지터, 마인부우, 완전체 셀, 마이크 타이슨 이라면 타이슨은 평범한 거다. 아니 약하다. 하지만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마이크 타이슨이면 여기서는 타이슨이 먼치킨 될 수 있다. 즉 다른 소설에서 누가 포효로 차원을 부수건, 살기로 우주를 멈추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소설 속에서 다른 인물들과 비교해서 얼마나 밸런스가 파괴되고 있는가. 그게 중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게임 소설은 게임 밸런스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이 게임도 마찬가지다.

우선 히든 클래스 대신에 히든 레이스로 그 차이점을 두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 이거 문제점이 있는 게 캐릭터 삭제 이후 다시 만드는 건 크게 시간 제약도 없어 보이고 설사 시간 제약이 있다손 쳐도 다크게이머 정도라면 죽치고 도전해볼만 하다는 거다. 결국 다크게이머의 1/3은 히든 레이스여야 맞지 않을까? 그리고 다크게이머에 대한 이 소설의 서술로 볼 때 기본적인 신체능력들도 우수하다. 날개 정도 못 다룰 이유가 없는 거다. 그런데 다크게이머들은 몽땅 일반 종족이다. 그렇다면 다른 추측도 가능하다. 히든 레이스라는 건 엄청나게 어렵다는 거다. 그리고 그 추측이 맞는다면 결국 주인공은 히든 레이스라는 것에 당첨된 순간부터 먼치킨이다. 다른 게임 소설에서 히든 클래스 뽑는 거랑 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리니지 Dex 18을 찍기 위해 일주일간 주사위 매크로를 돌려본 세대라면 알 것이다. 게임을 하는 사람은 때때로 정상인이 보기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 현실에서 Dex 17과 18은 어차피 큰 차이가 없었다. 만렙이 50이었으니까. 하지만 단지 저 1스탯을 위해서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주사위를 굴리는 사람들은 넘쳐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게임처럼 인기가 좋고 사용자는 모두 성인이며 현금화가 바로바로 되는 일에 사람들이 한 달이 아깝다고 도전하지 않을까? 나는 수긍할 수 없다. 밑에 기술할 히든 레이스의 종족적 이점을 고려한다면 다크게이머들이 히든 레이스를 반독점조차 하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럼 이 숨겨진 종족인 조인족-피닉스의 이점이 어느 정도인지 스탯적으로 정리해 보겠다.

스탯의 종류 : 8
인간은 모두 초기치가 10.
즉 인간의 초기 총합 스탯치 : 80.

그리고 주인공 시작 총합 스탯치는 128로 일반 인간 종족의 초기 수치와 48 차이다. 그리고 스탯의 획득은 레벨업 마다 스탯 3을 얻고 5업에 할 때마다 전체 스탯이 1씩 오른다. 물론 퀘스트를 통해서도 보너스 스탯을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난 이 소설을 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퀘스트는 본 적이 없다.

단순 계산을 통한 레벨 업 시의 스탯 증가를 정리했다.

5업마다 얻는 스탯치의 총 합은 15+8=23
최고레벨은 100.
레벨업 회수는 99회 (게임 시작 레벨이 1이므로.)
5업 혜택은 19번. 마지막 혜택 레벨은 96.
이후 4번의 레벨 업을 하여 추가로 스탯을 얻을 수 있음.

그리고 인간 종족과 주인공의 스탯을 비교해 보겠다.

인간 종족의 경우 최고레벨 시 스탯의 총합 수치 : 529.
7권에 등장하는 79레벨 주인공 스탯의 총합 수치 : 619.(힘체민솜식혜행매 : 68 / 200 / 107 / 22 / 22 / 78 / 22 / 100)
주인공이 최고레벨이 되었을 때 스탯의 총합 수치 : 712
주인공과 인간 최고레벨의 총합 스탯 차이 : 183
이 스탯 차이를 레벨로 환산할 시 : 39레벨 ~ 40레벨.

위의 수치들은 가장 치명적인 설정충돌을 작가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설정충돌은 세계관에 심각한 약점이 되면서 소설의 개연성은 바닥을 기게 되었다. '1레벨이 오르면 스탯 3을 얻고 5레벨 마다 총 스탯이 1씩 오른다.' 이것은 분명히 1권 서두에서 작가가 스스로 인물의 입으로 말한 게임의 절대 법칙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게임 내에서 업데이트를 통한 수정발언을 하지 않으면 이 대전제를 어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 부분을 변경할 이유도 없다.

'정해진 경험 수치를 달성하면 레벨이 오른다.'와 같은 유의 게임을 지배하는 근본 규칙을 어기게 되는 순간 게임은 가치를 상실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규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레벨이 오르면 3스탯을 얻는다. 하지만 주인공은 더 얻을 수도 있었다. 작가는 독자에게 보여주지도 않고 스스로 세계를 고쳐버렸다. 그렇게 한번 독자에게 의심을 받게 되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인 판타지는 장르적으로는 이미 사망한 것이다.

초기에 스탯을 추가로 주는 점은 히든 레이스라는 소설적 장치라 볼 수도 있지만 레벨 업에 따른 스탯마저 다르게 올라간다면 이 소설은 독자를 설득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것을 계산할 독자가 없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출판을 하는 이상 작가는 독자를 위해 그 정도 숫자는 맞춰놓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어렵다면 안 써도 좋지만 쓴 이상 진실 돼야 한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세계에 관심도 책임감도 없었다.

그리고 저 설정출돌은 8권에 등장하는 조인족-파랑새 타입의 인물이 한 대사에서도 추측이 가능하다. 저 인물은 자신의 행운수치가 300을 넘겼다고 말했고, 그 시점에서 소설 진행을 고려해볼 때 저 인물이 100레벨이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1년 정도 하면 90레벨을 찍는 게 정상이라는 서술과 인물의 등장시기 등으로 미루어보아 주인공과 비슷한 레벨정도라고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행운에만 300을 찍을 정도로 스탯에 여유가 있다면 나머지 스탯은 봐서 무엇 하겠는가. 이 게임에서 스탯의 관리는 '유저가 선택'하는 것이다. 만렙을 찍은 사람이 10명도 안 된다는 현실에서 80레벨까지 행운에만 올인하는 전략을 택하고도 캐릭터가 살아남을 수는 없다. 즉 작가는 이런 스탯 계산은 전혀 하지 않았고 단지 흥미본위로만 숫자놀이를 한 것이다. 그리고 공격력이니 방어력이니 스킬이니 말하면서 숫자놀음을 소설 전반에 뿌려놓고 그것에 대한 조금의 정성도 없다는 점이 가슴 아프다. 결국 작가는 숫자로 장난질을 쳤을 뿐이고 그 숫자는 소설에 어떠한 이득도 주지 못했다.

작가는 먼치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좋다, 상관없다. 소설을 재밌게 쓰겠다는 게 뭐 어떤가. 하지만 게임 소설에서 게임 시스템을 무시하는 건 10번을 생각해봐도 옳지 않다. 먼치킨의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정의는 '룰을 무시하면서 마구잡이로 게임을 진행해 다른 유저들의 정상적인 게임진행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유저'다. 그리고 저 방법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건 남들이 10레벨일 때 나 혼자 100레벨이면 된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저 먼치킨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룰을 무시하는 순간 버그가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작가는 정말 완벽한 먼치킨을 만들어냈다. 그는 자신이 말한 룰조차 자기 손으로 부숴버렸고 게임을 고민도 사건도 갈등도 없이 모두 주인공이 해결하면서 진행되고 끝난다.

거기다가 오픈한지 2년도 안된 게임이 진행이 너무 빠르다. 현실적으로 이정도 속도로 유저가 콘텐츠를 소모해나가기 시작하면 5년 내로 망하기 마련이다 1년에 대륙 하나가 정리될 정도면 다음 대륙이 정리되는 건 반년이면 충분한데 왜냐하면 유저의 레벨과 장비는 나날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최상위 유저층의 파워 인플레에 견디지 못하고 망해버리는 게임도 흔하다.

시스템 오류, 밸런스 붕괴, 유저 콘텐츠 소모도 제어 불가. 난 이 게임이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아니 그 전에 이런 사람들이 게임회사를 1년이나 굴렸단 사실이 놀랍고 이런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도 대단하며 이런 걸 경영하는 경영진도 놀랍다. 그야말로 놀랍다. 그리고 이런 오류투성이에 스스로도 애정이 없는 글을 완결까지 지은 작가도 놀랍다. 소설에 대한 예술적 책임감을 상업 장르라고 말하는 장르 판타지에 엄격하게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책이라면, 그리고 소설이라면 갖춰야할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있다. 그리고 이 소설에 그 예의는 없었다.

거기다가 내용도 재미없고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말한 주인공의 성장에도 전혀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설마 그 성장이라는 게 정말 물리적인 성장이었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 소설은 주인공이 어쨌건 상징적 의미인 '어른'으로 커나가는 과정에 대한 조명이 하나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 정도까지 오면 물을 것은 하나다.

"왜 작가는 굳이 게임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는가?"

게임이 아니라 그냥 신적 존재로 주인공을 설정하면 어떻기에 작가는 게임을 소재로 썼는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는 게임 판타지라는 소재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 믿었을 텐데 왜 그렇게 믿었는지 궁금하다. 이 질문에 작가가 답하지 못한다면 이 소설의 가치는 더욱 떨어진다. 물론 이런 순문학적 기준을 놓는 것은 상업소설인 장르 판타지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묻고 싶다. 이런 결말도 어설프고, 전개도 애매하며 주제도 없고 소재도 희미한 이런 소설이 팔릴 거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그저 그런 대여점 1천부 내외라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정도가 장르 판타지의 상업적 성공이라면 비웃어 주겠다. 그리고 그 정도가 작가가 바란 것이라면 좋다.

이 소설은 그 정도 수준이라고 해줘도 되겠다. 문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상업적으로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장르 판타지가 그렇게나 독자와 친화적이라면 다시 물어보겠다. 이 글에 어떤 점이 있어서 나는 이 소설이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나? 난 도통 모르겠다. 게임 판타지를 세련되게 표현하지도 못했고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 것도 아니다. 거기다가 뭔가 독특한 작가의 개성이 살아있지도 않다. 서가에 꽂아놓기 위해 돈을 들이기엔 격이 너무 떨어진다. 결국 그런 거다. 이 책은 싸구려 포르노 같다. 보는 시간 동안은 두근거리며 즐겁지만 보고 나서는 어디로 굴러 떨어졌는지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생각도 안 나고 관심도 가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결국 이 책은 그런 모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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