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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고금소총, 감상.

by UVRT 2010. 7. 30.

간단한 민담집이죠. 하지만 어우야담이나 청구야담 같은 격을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기본적으로 그런 야담집은 양반이 편집을 했기 때문에 이 고금소총의 주력을 이루는 육담, 음담 등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셨죠.

 

"민담의 꽃은 음담패설이지."

 

저도 물론 그 말에 동의합니다. 대체 서민들의 농짓거리에서 음담패설이 빠지면 뭐가 남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선조들, 특히 일반 백성들의 성적 개방도나 그 당시의 풍속을 판판이 옅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야설을 원한다면 이 책은 별로죠. 인터넷만 들어가도 널린게 야설이고 무협지도 잘만 고르면 이것보다 훨씬 적나라한 글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해학과 골계의 미인데요. 묘하게 비틀려 있지만 인간사에 성욕이 얼마나 근본적이고 불가항력적인 것인가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유학이 발달해도 사람사는 건 역시나 비슷하다는 것도 알 수 있구요. 어차피 유학이라는건 지도층에서나 먹히던 이론이고 실상 까막눈인 백성들의 경우는 매우 개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페인이나 유럽의 남부 카톨릭 국가들도 일반 백성들의 경우에는 성적 윤리관이 그렇게 엄격하지 않았거든요.

 

야담이나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면 즐거워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짧지만 충분히 그럴듯한 농들이 많이 있고 여자분들은 보기에 꺼릴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음담이 8할은 될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분들이라면 아마 재밌을 겁니다. 물론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이미 이 책을 읽어보셨겠죠. 꽤나 유명하니까요.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권당 4천원에 팔던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4천원 값은 충분히 하더군요. 만족했습니다. 사실상 한국 육담 자료의 총본산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민담에서도 음담패설류는 아직도 구하기 좀 힘드니까요. 이런 쪽으로 자료를 구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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