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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GO, 감상.

by UVRT 2010. 8. 6.



GO

저자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출판사
북폴리오 | 2006-02-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가네시로 가즈키는 재일동포 3세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자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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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없어서 도통 일러스트는 누구 것인지를 모르겠다. 설마 저 디자인의 김형균이라는 분이 표지 그림까지 담당하신건 아니겠지. 책이 기울어버린걸 보면 내 책이 아닌데도 가슴이 아프다. 책 보는 사람이나 관리하는 사람이나 책을 아낍시다. 효율보다는 사랑을 조금만 더 담아서 살아가면 책이 좀 더 오래 버티지 않을까 한다.

 

재일교포에 관한 글이지만 이 글은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국적에 대한 의문이다. 한국 땅에서 나서 자라고 살아가는 우리들도 어떨 때는 자식에게 미국 국적을 주기 위해 원정출산을 하기도 하고 군역을 피하기 위해 해외 국적을 취득하기도 한다. 과연 내가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의 국적을 취득한다면 나는 그 순간부터 그 나라의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한국에서 나서 30년간 자란 남자가 일본 국적을 취득하고 한글로 글을 냈다. 그건 한국문학일까? 일본 문학일까?

 

국적은 별 거 없다. 단지 내가 어디의 권리와 어디의 규칙을 따르느냐가 문제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한 국가에 소속되어 살아가고 있고 주류를 이루지못하면 박해를 받는다. 그리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건 그건 사람과 사람의 문제다. 재일교포도 마찬가지다. 재일교포의 차별은 한국과 일본의 문제라기 보다는 단지 사람과 사람의 문제다. 사람 자신이 해결하려 하지 않으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를 지금도 수많은 한국 동포들은 일본땅에서 매일매일 풀고 있다. 우리는, 그리고 그들은 대체 이 문제에 어떻게 직면해야 할까.


재일동포로는 최초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가네시로 가즈키. 그의 한국명을 난 모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표지가 없다. 표지에는 분명히 나올 것 같지만 난 표지가 없다. 그래서 난 그가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재일동포라고 한다. 이건 소설이라기보다는 수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건 그가 재일동포라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그는 소설처럼 쓰지만 어쩌면 이 내용의 8할은 그의 경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그래서 글을 쓰지 않았을까.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체제에 강하게 반발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다. 그래서 어쩌면 현실의 가네시로 가즈키는 주인공들처럼 일탈과 반항으로 대표되는 모습이 아니라 정반대일지도 모른다. 소리칠 곳을 찾지 못해 그는 연필을 들고 종이에 글자들을 꾹꾹 눌러 쓰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일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그가 재일동포일지라도 난 이 소설이 일본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미묘한 정서적 공감대가 서려있다. 아침 나절의 서리처럼, 겨울 차창의 하얀 김처럼 그의 소설에는 하얗게 한국의 정서가 내려앉아 있다.

 

현해탄을 건너 아마 그는 수십년간 일본에서 살아왔을 것이고 그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일본도 한국도 모르는 위치에서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쓰는 것은 일본문학이지만 그의 글은 한국의 마음이 배여있다. 그걸 만들어준게 뭔지 모르겠지만 그의 소설은 한국과 일본, 체제와 반항의 경계에 머물러 있다. 결국 이 책을 보고 난 다음 할 말은 한마디 밖에 없는 것 같다.

 

좋은 작가를 또 하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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