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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살인자의 책, 감상.

by UVRT 2009. 11. 8.



살인자의 책

저자
박주섭 지음
출판사
도서출판리젬 | 2009-05-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소설을 처음 본 순간, 어느 살인자와 형사와의 질긴 악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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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상당히 보기 드문 범죄소설이다. 작가 자신은 형사소설이라 불러달라 하였으나 실질적인 탐정소설의 분류에 모두 들어가게 되니까 딱히 분류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원칙적인 원리주의자들은 추리소설과 형사소설, 범죄소설은 다르다고 주장하겠지만 나는 딱히 추리 소설에 큰 조예가 없으니 그냥 탐정소설이라고 하자. 그러는게 내가 편할 것 같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하였다고 하나 사실 범죄사건에 큰 관심이 없던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생소한 사건이었다. 연관된 실제 사건도 생각나지 않고 비슷한 범죄 형태조차 떠올리기 힘들었다. 오히려 너무 상세한 지명과 장소들은 이 소설의 허구성을 더욱 강하게 부각해줄 뿐이었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매우 투박하고 진솔하다. 그러나 예술이 가져야할 세련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작가 본인이 현재 형사일지라도, 소설이 Fiction인 이상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미학은 존재하고, 반드시 충족해야할 기대범위가 있다. 이 소설은 그런 미학에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기대범위에 매우 약간 모자란다. 그래서 이 소설은 처음 읽을 때는 상당히 흥미를 느끼게 하지만 읽어갈 수록 소설의 서사적 불친절함이나 수사적 허술함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 점만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다면 이 소설은 매우 흥미롭다.

실제 사건을, 실제 형사가 직접 기술했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탐정소설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고, 소설 자체의 가치 또한 올라간다. 그리고 작가의 현재 경력을 유념한다면 어느정도의 수사(修辭)의 미숙함은 넘어갈 수 있다. 범죄를 다루는 만큼 소설은 자극적이고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소설의 미학을 중시하고 서술의 섬세함을 따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맞지 않다. 차라리 아서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를 읽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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