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좋아서 구입한 책. 판타지를 좋아하다보면 어느순간 동화책에 눈이 갈
때가 생긴다. 최후의 환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최초의 환상적 이야기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빨간 구두가
나오고, 금도끼와 은도끼를 주는 신령과 대나무에서 아기가 나오고 활로 태양을 떨어뜨리는 신들의 세계. 가장 원초적이고 단지 그
이름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환상적인 이야기. 신보다도 더 옛날부터 그 이름으로 무엇을 증명하던 존재들의 이야기가 바로 동화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따뜻하고 예뻐서 그곳에서 여우가 말을 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 아이에게 애틋함을 느끼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동화적 따스함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는 짜올려졌다.
따
뜻한 백열구 불빛같은 파스텔톤의 그림은 글을 읽지 않아도 이 책을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소짓게 한다. 동화는 삽화와 어울려
글이 있을 때 하나의 책이 된다. 얼마나 많은 내용이 그림 옆에 실릴 것인가. 아마 그것조차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편집자들이
있기에 이 책은 이렇게 아름다울 것이다. 죽음과 공간의 단절이라는 비슷한 느낌의 소재로 책은 愛를 말한다. 너무 차가운 밤을
배경으로 따뜻한 말들이 오가며 동화는 이어지고, 아련한 불빛으로 끝을 맺는다.
아
이들의 이야기는 짧다. 그리고 직설적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 느껴지는 순수함과 따뜻한 사랑은 다시 한번 이야기를 읽게 하고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 아무 의미가 없는 몸짓과 말과 생각은 생각 많고 아는 것 많은 어른들에 의해 의미가 생기고 거창한 이유가
붙는다. 그래도 좋다. 어차피 동화는 아이들이 읽을테고 그 얘들은 그런 것 따윈 신경쓰지 않을테니까.
여우에게 어떤 것을 느끼건 그것은 순수한 동심일 것이다. 이 책은 아이의 마음이 넘쳐흐른다. 그래서 아이의 이야기다.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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