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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용의자 X의 헌신, 감상.

by UVRT 2009. 11. 8.


용의자 X의 헌신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06-08-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6년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2005년 연말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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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흘러가던 강물은 어느샌가 폭포를 목전에 둔 급류처럼 쓸어내린다. 처음의 느긋한 살인 사건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미친듯이 흘러가게 되는 것일까? 천재적 범죄자와 천재적 탐정의 구조는 마치 아르센 뤼팽과 홈즈의 대결을 보는 듯하고 모리어티 교수의 느낌마저 받게 한다. 정통 추리극에서는 등장해서는 안되는 탐정의 숙적이 등장한다. 물론 그 숙적도 탐정에게 패배하겠지만. 범죄자가 승리하는 탐정물은 없고, 추리물도 본 적이 없다. 결국 모두 범죄자가 잡힐 것이라는 생각으로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이다.

하 지만 이 소설은 범죄자를 응원하게 만든다. 물론 범죄는 나쁘지만, 범인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에게 동조하게 되고 잡히지 않았으면 이라고 바란다. 얼마나 모순된가. 그런 미묘한 감정 속에서 추리는 점점 진행되고 마치 쫓기는 범인의 심정이 되어 탐정마저 미워진다. 슬프다. 그래, 범인은 결국 잡히는 것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범인이 이기고 있더라도 결국 마지막 한 줄로 모든 것은 부서지고 범인은 고통받는다. 다 그렇다.

법 적으로 옳지는 않지만, 심정적으로 살인에 긍정하는 사람은 많다. 세상에는 죽어도 싼 놈이 너무 많고, 짐승만도 못한 인간도 존재한다.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수 없는 짓을 하면서도 그들은 당당히 살아간다. 그런 놈을 죽인다면, 그런 인간을 없엔다면 오히려 악을 물리친 영웅처럼 칭찬해야 하는게 아닐까. 있을 수 없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 죽는게 차라리 더 나은 사람은 있지만 그들은 죽어서는 안된다. 공동의 선을 위해 죽여서 안된다. 그의 목숨을 보장함으로서 우리는 우리의 목숨도 같이 보장받게 되니까.

그 렇다면 어떠한 것오 할 수 있게 하는 숭고한 가치는 어떨까? 친구를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고, 사랑을 얻기위해 죽음도 두렵지 않다.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인간 따위는 버린다. 극의를 추구하게 되고, 그 욕망이 커지면 커질 수록 인간은 타락해간다. 어떤 것도 극은 숭고하지만 너무 붉은 열매를 맺는다. 이렇게 모순된 감정이 얽히고 여기에 추리가 얹어지고 소설은 단순하지만 너무나도 꼬여버린다. 그리고 독자조차 선입견에 휘말려 진실을 보지 못한다.

이 소설은 추리로는 너무나도 뒷맛이 씁쓸해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미스터리에 서 이런 식의 처리는 독자에게 너무 잔혹하다. 끝까지 추리로 이 소설을 대했다면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우울해진다. 우울한 상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책은 끝나버리는 것이다.

하 지만 이 소설의 마지막을 보면서 사랑소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같이 슬퍼 할 수 있다. 보상받지 못한 사랑의 결과에 절규하며 울어도 좋다. 천재들의 싸움은 중요한게 아니다. 위대한 사랑과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외로히 울고 있는 사람만 남았다. 진정한 사랑은 진정한 믿음으로 이뤄진다. 사랑한다면 믿어라.

미스터리로는 쓰다, 사랑소설로는 아리다. 어쨌든 이 소설을 읽고나면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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