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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괴담, 감상.

by UVRT 2009. 11. 8.



괴담

저자
라프카디오 헌 지음
출판사
생각의나무 | 2010-04-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반양장본ㅣ187쪽ㅣA5ㅣ새책처럼 깨끗합니다.(책소개) 일본 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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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야기라도 말하는 사람과 기록하는 사람에 따라 재미가 가감된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는 서사 그 자체보다 중요한, 또는 서사와 동등한 것이 이야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묘사, 억양, 리듬, 단어, 문체 등 많은 것을 내세우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작가의 주관(主觀)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근본적인 공통 소재를 개성이 드러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작가의 주관'이 아닐까. 모두와 같은 시선을 가져서는 안된다. 작가는 자신만의 시선을 가지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연금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대단하다. 괴담, 작가가 가지는 주관의 정수다.

모두가 익히 알 법한 이야기, 그것을 넘어서 모두가 익히 아는 이야기를 가지고 그는 자신만의 분위기를 녹여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누구라도 이 글을 읽는다면 라프카디오의 느낌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짧고, 담담하지만 모든 것이 일관되게 흐른다. 몰개성적이기까지 한 고요한 서술과 담백한 목소리는 책을 기록물로 착각하게 하지만 이 것은 분명히 소설이다. 정확한 지명, 인명들이 나오며 글에는 사실성이라는 생명이 깃들고, 맑은 문체는 진실함이 배여있다. 이렇게 많은 괴담의 꽃들은 청량한 헌의 화단에 흔들대며 피어있다. 가을녘 바람같은 그의 문단에 아릿한 코스모스같이 가녀린 이야기들이 피어난다.

떠도는 환상을 붓 끝에 적셨다.

이것이야말로 환상문학(Fantasy)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기억나지 않는 어린 날의 흐릿한 가을길처럼 그의 문학은 우리에게 있었지만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없지만 실재하는 세계를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헌에게 남은 한조각 위트를 '거울과 종'편에서 느낄 수 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결말은 위트가 넘치고, 정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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