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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감상.

by UVRT 2009. 9. 19.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저자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출판사
황매 | 2004-05-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달의 사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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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다. 외부모 가정이 많아지면 이런 소재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밀상처럼 등장하며 바라보는 눈길은 기울지 않았다. 문제의식도 없고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없이 자연한 배경으로 흘러간다.

딸과 엄마. 그 모녀지간은 친구같다. 아빠가 있어도 아마 친구처럼 변했으리라. 하지만 아빠는 없다. 그래서 딸도 없고, 엄만도 없다. 남은 것은 친구 둘. 30대지만 10대 같아지고, 더 어려진다. 10대지만 30대 같아지고, 더 자란다. 20대로 합의되지 않는 그 간극 속에서 둘은 싸우고 웃고 즐겁고 슬프다.

"아이는 어른이 되기 위해 자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 그럼 아이가 자라도 아이일 수 있지 않을까. 동심을 가진 어른이라는 애매한 존재가 아닌 그냥 아이가 되는 것도 멋질 것 같다. 이렇게 친구 둘은 아이로 남는다. 친구인 아이가 두 명. 싸우고 웃고 즐겁고 슬프다.

소설은 그런 아이가 자신의 아이를 위해 살아간다. 단지 그런 이야기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같이 산책을 나가고 집안일을 하며 농담을 주고 받는다. 평화롭고 일상적이지만 너무나도 모두가 꿈꾸는 이른 아침 햇살같이 따뜻한 삶은 미소실은 감동을 전해준다. 이렇게 평화롭게도 이야기가 흘러가고 그러다보니 이야기는 끝나버린다. 친구와 놀 때는 분명 아침이었는데 어느샌가 해가 진다. 어둑하니 밤자락이 땅에 끌릴 때 우린 친구와 함께 하기를 바라지만 서로 다른 집으로 흩어진다. 그 때의 안타까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 이 책은 친구와 함께 같은 집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그 아련한 추억이 흔들거리면서 눈가에 맺힌다.

달빛이 사각사각 부서진 하얀 사막을 본다. 아이는 친구와 손을 꼬옥 잡고 걸어간다. 가끔 서로를 보며 깔깔대고, 종종 뛴다. 하늘에 별은 한 개지만 이야기는 빛살처럼 퍼져나온다. 사막을 뛰는 둘은 아이처럼 새되게 웃고 엄마처럼 미소짓고 그렇게 둘이서 오늘도 달의 사막을 사박 사박 고등어 조림처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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