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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시작 본), 감상.

by UVRT 2009. 3. 14.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저자
김철곤, 정지원, 최지혜, 방지나, 홍정훈 지음
출판사
시작 | 2008-08-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하에서 꿈틀대던 한국 환상문학 그 봉인이 풀린다!드디어 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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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 감상은 잘 나가다가 홍정훈에서 한번 하락세, 그리고 이성현에서 다시 하락세, 마지막으로 이상민에서 하락세. 마지막은 긴장감을 주기 위한 장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건너 하나가 개판이다. 홍정훈 팬이지만 일단 감상에서 재미없는 건 재미 없는 거 아닌가. 노블레스 클럽 만들어서 출판사 사장님 되시니까 이제 글빨이 딸리시는건가. 월야환담 광월야까지 우려먹어도 좋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빨이 개판이 되면서 월야환담이나 우려먹으라고 팬질 해주는건 아니다.


베스트를 꼽자면 용의 비늘의 최지혜. 제일 낫다. 어찌된게 내가 제일 모르는 사람들이 제일 나은지는 애매하다. 방지나가 그나마 이름값을 해보려고 했으나 정지원과 최지혜, 방지나의 삼파전에서는 견딜 수가 없다. 용의 비늘 자체가 가지는 서사구조와 전형적인 신화적 사건 전개가 익숙하고 복고적이지만 세련되게 이어진다. 이건 역시 잘 쓰는 사람만의 특권이겠지. 마지막까지 윈드 드리머와 함께 고민한 작품이지만 원체 내가 신화적 서사를 좋아하다보니 이건 취향의 문제로 갈려버렸다. 이 작품은 홍정훈에 대한 내 팬덤까지 극복한 글이다. 멋지다.


그럼 이제 남은 글들을 한번 곱씹어보자.

 

우선 김철곤의 상아처녀. SKT의 김철곤으로 알려졌지만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드래곤 레이디의 김철곤이다. 유명하지. 암. 하지만 그래봐야 기세가 부족하다. 상아처녀는 신선하고 좋은 접근이었지만 독자를 휘어잡는 힘이 부족하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작가 또한 그것을 작품 내에서 잘 녹이지 못했다. 제대로 우려내지 못한 녹차를 마시는 느낌이다. 그리고 중간에 줄기까지 혓바닥을 자극한다. 맛이 애매하고, 몸통이 희미하다.

 

다음은 정지원의 카나리아. 이런 싸이코 드라마가 좋다. 사실 그래서 방지나 최지혜아 함께 베스트로 꼽는 거고 이건 취향에 너무 적중시켜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뭔가 캐릭터들이 소설에 녹아들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배경, 사건, 인물이 서로 겉돌고 있다.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기보다는 서로 융화가 되지 않아 마치 다른 소설에서 하나씩 가져온 것 같다. 분명 중간에 뭔가가 필요한데 그 것이 없다. 아마 그 부분은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좀 더 치밀하게 퇴고를 해줬다면 더 멋진 글이 되었을 것 같다.

세번째, 방지나의 윈드 드리머. 뭔가 뻔하다고 해야할까. 뒷 내용이 모두 예측이 되지만 그래도 재밌다. 소재도 뻔하고 내용도 뻔하지만 역시 불멸의 구성은 그 이유가 있다. 마지막에서 예측범위 내의 카타르시스를 방지나는 만족시켜주고 있다. 독자가 가장 원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독자가 예상한 방향으로. 하지만 너무 무난한 소재만을 모아서 어쩔 수 없이 완성된 질적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안전한 길로만 가는 소설이라 무난하지만 그만큼 의외성이나 예상 이상의 질을 보여주지 못한다. 방지나 정도의 솜씨라면 충분히 더 나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텐데 무난하게 묻어가는 듯한 글은 독자를 안타깝게 한다.

네번째, 홍정훈의 사육. 버리자. 이 책에서 이 글이 제일 저질이다. 월야환담은 그냥 거기서 끝내줬으면 한다. 솔직히 이걸 보고 사혁의 흡혈귀 사육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월야환담을 안 읽은 사람이다. 읽었다면 그 사람은 책 헛 읽었다. 일단 그 뇌부터 고쳐보도록 하자. 대체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 글을 내놓았는데 왜 홍정훈은 그 좋은 솜씨를 놔 두고 이런 개같은 졸작을 내놨을까. 그의 거친 언어를 생각한다면 이 글은 WTF?

다섯번째, 류형석의 목소리. 고아한 단어를 절제적으로 잘 사용해서 한국적인 전설의 모습을 서사로 잘 옮겼다. 홍정훈에서 너무 실망해서 그런지 이 글에서 딱히 문제 삼을 건 없다. 너무 비관적인 세계관이 맘에 안든다면 안든다. 결국 이 소설에서 누가 행복해지는가. 그냥 데먼데먼 살아가는 내용이다. 그러려니, 이 시련도 곧 지나가리라는 느낌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구조는 왠지 체념적인 정서가 깊게 배여있다. 무엇인가 해결된 것 같지만 사실 매우 답답하다. 사건은 응어리 져 가슴에 단단히 도사린다. 읽고 나서 개운하지 않다.

여섯번째, 이성현의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 다시 한번 꺾여주는 멋진 모습. 이래놓고도 당신이 뉴트럴 블레이드의 작가란 말인가. 컨셉은 좋았는데, 소재도 좋았는데. 멋진 기사들의 대립까지 나왔는데. 뭐냐 이 결말은. 이런게 용납될 거라고 믿은건가. 이런 방치적 결말에 독자가 수긍할 것 같은가. 이정도 반전으로는 택도 없다! 그러므로 여기도 꺾이는 포인트 확정.

일곱번째,  김재한의 세계는 도둑맞았다. 동화다 동화!! 메르헨!! 오오오오. 이건 NT 용 아닌가. 그리고 우린 왜 오빠와 여동생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이래서 오빠 따위 믿어봐야 어디 하나 쓸데도 없다. 결국 오빠는 결정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여동생 따윈 알게 뭐냐?

여덞번째, 이상민의 과거로부터의 편지. 뭐하자는건지. 앞에서 저렇게 동화스러운 순수함을 보여주고 그 뒤로 이렇게 괴기로운게 오고 싶거든 정말 환상적인 결말로 치달아줘야지 이게 뭔가. 마지막에 꼭 이렇게 힘 빠지는 소설을 배치한 저의가 뭔가. 이건 편집부의 실패다. 잘 나가놓고 이런 식으로 하시다니. 편집에서 점수를 깎아주고 싶다. 소설을 내는건 작가들의 역량이지만 그걸 멋지게 배치하는 것은 편집의 힘이다. 이 소설이 차라리 중간이나 한칸만 앞으로 갔어도 좋겠는데 참 전체적으로 분위기 우울하게 만들면서 좋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이건 모자란다.

아홉번째, 해설에 대해서는 딱히 말을 하지 않겠다. 어차피 그건 나와 다른 의견이고, 내가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과 동의하는 부분은 모두 위에 적지 않았나.

대한민국 주가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거 소개글 쓴 사람 잘라라. 저따위로 밖에 못 쓰냐. 여기가 무슨 강호냐, 은거 기인 9명이 세상을 박차고 날아오르게. 그리고 이 정도 네임벨류로 은거기인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지 않나? 차라리 이우혁, 이영도, 전민희, 이수영, 홍정훈 급의 1세대들만 참가했다면 차라리 저 카피가 맞을지도 모르지만, 은거 기인이라고 하기엔 전체적으로 다들 연차가 너무 들쭉 날쭉이다. 그러므로 편집은 미안하지만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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