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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코끼리와 귀울음, 감상.

by UVRT 2009. 2. 3.



코끼리와 귀울음

저자
온다 리쿠 지음
출판사
비채 | 2008-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간의 원초적인 상실감과 그리움을 일깨우는 작품으로 ‘노스탤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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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신작인지 뭔지는 몰랐는데 일단 새로 보는 책에 온다 리쿠라서 샀다. 아, 바나나의 선인장인지 사막인지 어쨌든 그것도 사야 하는데 왜 난 이 작가를 벗어나지 못하는걸까. 단편집이지만 장편집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한명이니까. 세키네씨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풀려나간다. 전형적인 홈즈 식의 안락의자 탐정의 추리극을 표방하고 있으며, 실제로 온다 리쿠도 본격 미스테리를 쓴답시고 썼다고 한다. 젊을 때 썼다고 하는데, 이 정도라니. 내 능력으로는 추리를 쓸 수 없어 읽는 걸 좋아하게 됐는데 이런 일본식 추리극도 맘에 드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제일 좋아하는 추리 소설은 아르센 뤼팽과 형사 포아로. 본격인지는 몰라도 아주 활극이거나, 아주 추리거나 한게 좋다. 홈즈처럼 활극 반, 추리 반은 싫다. ... 그렇다고 해서 홈즈가 재미없다는 건 아니지만 역시 점수를 매기라면 저 두 사람이 나오는 작품이 최고랄까. '코끼리와 귀울음'을 비유하자면 포와로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안락의자가 느껴진다. 한 줄기 대사, 하나의 행동, 그리고 별 것 없는 실수에서 범죄를 잡아내고, 추리하고, 결론 내린다. 억측과 비약이 될 것 같지만 그것이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면 이미 그것은 하나의 추리로 완성되기에 멋진 소설이 될 수 있고, 이 책은 그렇게 멋진 소설이 되었다.

12개나 되는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하나의 주인공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이 것은 소제목으로 보일 때도 있다. 확실히 어리둥절한 이야기도 있었고, 결국 이 이야기는 뭐지, 라면서 갸우뚱 거리게 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오히려 이 단편집을 계속해서 읽어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이영도 단편집에서는 중간 이야기 2개를 그렇게 깠으면서 여기서는 왜 이렇게 칭찬하는지 궁금한가? ... 그 단편 2개는 이미 출판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적어도 출판 수준의 글에서 어라? 라는 느낌을 줘야지 출판 될 수준도 아닌 글 주제에 그렇게 떡 하니 끼어있으면 욕 먹는 것이다.

캐릭터는 매력적이고, 사건들은 기괴하다. 그리고 결말은, 열려있다. 미스테리 단편집은 사실 처음 봤지만 만약 다른 책들도 이 정도를 유지해준다면 확실히 사 볼 만 하다. 그리고 온다 리쿠는 이번에도 배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