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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엔드 게임, 감상.

by UVRT 2009. 2. 12.



엔드게임

저자
온다 리쿠 지음
출판사
국일미디어 | 2007-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들이 다시 왔다! [도코노 이야기]세 번째 작품인 [엔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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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굴러다니는 책이라서 한번 집었는데, 허를 찔러 온다 리쿠였다. 어쩔 수 없지. 봐야지. 요시모토 바나나 만큼의 의무감은 아니라도 온다 리쿠라면 반드시 생기는 기대감이 책을 집게 만든다. 이름만으로 흥미를 만드는 작가이고 여태까지 그 흥미가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말 이 작가의 이야기샘은 마르지 않는 것일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부럽다. 존경스럽다.

뒤집히고, 뒤집는다. 세상은 오셀로 게임 같아서 모두 흑백의 앞과 뒤가 있다. 뒤집어지는 순간 모든 정체가 바뀌고 모든 것이 뒤집히는 것이다. 마치 오셀로의 흑이 백이 되는 것처럼. 내가 내가 아니게 되고, 다시 내가 되고. 남이 나를 뒤집고. 나는 뒤집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세상 만사가 그렇게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차피 세상은 하나의 커다란 괴물이다. 온다 리쿠는 '코끼리와 귀울음'에서도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이 모이고, 모이고, 덩치가 커지고 커지면 결국 거리는 도시는, 하나의 생명이 된다고. 그래서 욕망을 가지게 된다고. 그 욕망에 따라 결국 사람과 세상은 움직이는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세계는 하나의 커다란 괴물 같아서 나를 빼고는 모두 이상하게 보인다. 그 사람을 뒤집던지, 내가 뒤집히던지 결국 우리는 하나의 생물이 되어야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미쳐버릴테니까.

미쳐버리지도, 미치게 하지도 않는다면 모든 것을 잊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라도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면 마지막은 모든 것을 잊는 것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빨아버렸다. 빨고 빨아서 하얗게 새하얗게 해서 말려버린다. 기억은 탈색되고, 찢어져 증발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 우린 버티고 살아간다.

이 책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미쳐버리고 싶지도, 미치게 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잊고 싶지도 않아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너무나도 슬퍼서 눈물 한방울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애닳음에 그 전개는 빛을 발한다. 담담하지만 너무나도 슬프다. 하지만 이 책은 이야기를 슬프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이 책은 이렇게 감상을 쓸 때가 되어야 눈물이 흐를 수 있나보다.

미간이 먹먹해진다. 읽고, 다시 생각하며 감상을 해야 슬퍼지는 책은 처음이다. 그래서 난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그것도 안된다면,

잊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