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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감상.

by UVRT 2009. 2. 1.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저자
김탁환 지음
출판사
동방미디어 | 2002-11-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나, 황진이의 작가가 그려낸 김만중과 장희빈의 한판 승부.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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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야 괜찮은 책이 되었다. 처음에는 별로다. 재미는 있으나 남는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괜찮았다고 생각이 든다. 읽지 않아도, 단지 좀 더 과거의 기억이 되어갈 뿐인 책이 점점 좋아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난 그 놀라움에 예를 다하기 위해 책을 샀다. 다 읽었고, 아마도 일년 내에 다시 읽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 책을 가지고 일주일 간 친구 둘과 함께 죽어라고 감상을 썼었다. 숙제였으니까. 사건을 분석하고, 인물을 쪼개고 시간을 바로잡았다. 주제를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려 애썼고 결과물이 나왔지만 탐탁치 않았다. 모두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상당히 시간들이 뒤섞여 있는 이 책에서 사실 사건과 시간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흘러가는 이야기를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모독은 무엇을 모독하기 위해 글을 썼는가. 구름이 아홉이면 어떻고, 열이면 어떨까. 어차피 잡히지도 않는 구름을 잡기 위해 애쓰는 것이 작가라는 사람들인가 보다. 그리고 그것을 잡는 기적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소설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하지만 필명이라는 어찌보면 가짜의 삶을 살고 있는 소설가에게 있어 잊혀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서포의 구운몽이 아니다. 구운몽이다. 아홉의 구름은 이미 붓이 떨어진 그 순간부터 홀로 올라 하늘을 유유히 돌고 있다. 서포의 것이되 서포의 것이 아니다. 결국 작가들은 세상을 좀 더 멋지게 만들지만 자신을 남기지는 못한다. 자신이 피워올린 구름을 바라보며 허허로이 있다 가는 것이다. 그러니 열 번 째의 구름이 무슨 의미일까. 어차피 그것은 그것으로 완성된 것인데. 서포의 아홉과 모독의 하나는 틀리지만 같다. 그래, 잊혀질 것을 알면서도 글을 쓴다는 것은 서럽다. 하지만 보고 싶다, 내 손 끝에서 구름이 피어올라 저 산을 휘감는 것을 보고 싶다. 하지만 그래도.

잊혀진다는 것은 서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