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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달을 먹다, 감상.

by UVRT 2009. 10. 21.


달을 먹다

저자
김진규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05-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장편소설 『달을 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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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세상은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살고 있는가. 그럼에도 스스로 재능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다니. 더 놀라운 부분이다. 첫 글,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에서 흘러나온 글줄기는 굽이굽이 내려와 바다에 닿았다. 이렇게 마지막의 마지막이 찾아오면 글을 쓰긴 쓰게 되는가보다. 그래서 작가라는 인종은 아직도 이 땅 위를 어슬렁 어슬렁 배회한다. 오늘도 글감을 찾아서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연을 잇고 살아갈까. 그리고 과연 그 연을 원하는 데로 이어가고 있을까? 모든 것은 이어져 있고, 모든 것은 인과로 얽힌다. 내가 오늘 던진 말이 어떤 일의 시작일지도 모르고, 타인의 손짓 하나에 내 마음은 두근거린다. 관심이 없던 것에는 어떠한 의미도 없다. 하지만 관심이 간다면, 사랑한다면 모든 것은 의미가 되어 다가온다.

나븨는 손짓에 얼굴이 달고, 흩니는 몸짓에 눈빛이 떨린다. 사랑하던, 사랑하지 않던 나의 세계에 있다면 난 그것에 흔들린다. 자연은 무심(無心)하게 스스로 그러하지만 사람은 유심(有心)히 바라보며 움직이다. 무심한 것에 조차 흔들리는데 서로 유심해서야!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가며 결국 사람은 서로를 어루만지고 서로의 목을 조른다.

사랑이란 분명 죽음과 맞닿아 있을리라. 그래서 서로 사랑하면 서로 죽게 되는 것이리라. 그로 인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은 사랑을 한다. 슬퍼 눈물 흘리고 가슴치며 울부짖어도. 땅에 하늘에 섦게도 곡을 올리게 될 것임을 알면서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후회하게 된다. 차라리 사랑하지 않을 것을.

잔잔한 연못에 찰랑, 고기가 꼬리를 치고. 토독, 비가 내리고. 그렇게 사랑은 퍼지고. 난 물결에 흔들리는 수초처럼 헤어나오질 못하고. 사랑 없이는 똑바로 서지를 못해. 말라버리면 죽어버려. 한 방울 물로도 살아날 수 있지만 한 방울 물만 없어도 산산히 부서지는 수초처럼 사랑은 내 주변을 메우고 날 흔들고,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되어 주고.

너로 인해 내가 죽는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랑으로 죽어간다.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잘 굴러간다. 누군가 아파하고 누군가 슬퍼하고 누군가 죽어가고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변함없다. 사랑 없이 존재하지 않는 이 세계는 사랑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멀쩡히 위태위태하게 흔들거린다.

저 차가운 달을 한 입 베어 먹으면, 내 가슴 깊숙히 숨어있는 마음에 붙은 사랑불이 조금은 식을까?

차갑게 식은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가자.
뜨겁게 타는 사랑으로 죽어도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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