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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헤르만 헤세의 인도여행, 감상.

by UVRT 2009. 1. 8.


헤르만 헤세의 인도여행

저자
이인웅 외 지음
출판사
푸른숲 | 1999-09-10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1911년 9월 4일, 헤세는 34살의 나이로 삶의 터전인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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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히 말하는데, 난 이 책을 살 때부터 지금까지도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헤르만 헤세를 헷갈려한다. 인간을 분위기로 파악하는 인지능력을 지닌 탓에 외양으로는 사실 크게 사람을 구별 못한다. 뭐, 이것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제 그냥 이러고 살기로 결심했으니 괜찮겠지.

면서 처음으로 책에 이끌려 돈을 모았다. 1만 5천원. 학교 앞 서점에서 처음 책을 봤고, 난 반드시 이 책을 사고 싶었다. 한달, 두달, 돈을 모아서 난 서점으로 달려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B급 수준의 상태였지만 그 때 그 책은 정말로 멋졌다. 약간 먼지가 쌓이고 흐려진 표지, 살짝 낡은 귀퉁이. 그리고 묵직한 책의 무게는 지금까지도 손가락에 꼽히는 품위가 있었다. 헤르만 헤세, 내 책. 처음으로 만원이 넘는 책을 사놓고 안절부절거리면서 숨겼다. 나에게 책은 사치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책은 옛날부터 숨어보는 것이었고 그래서 난 이 책을 숨기려고 노력했다. 뭐, 어차피 부모님은 다 아셨겠지. 나만 해도 처음 보는 책이 생기면 알아차리는데 부모님이 과연 그걸 모르셨을까.

을 보면 절대로 공부를 안하니까, 책만 보니까. 나에게 있어 책은 불법이다. 하긴 나라도 내 자식이 그러면 자제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할테니 부모님도 이해한다. 책 속에만 빠져있기보단 세상도 알아가야 하는 법, 무엇이든 조화가 중요하다.

은 담담하게 흘러간다. 헤르만 헤세 특유의 분위기로 인도는 여행을 떠난다. 너무나도 객관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난 헤세의 세계로 빠져든다. 웃기게도 내가 헤세의 글을 처음 읽은 것은 인도여행기였다. 수레바퀴 아래에서도 아니고, 데미안도 아니다. 난 인간 헤세를 가장 먼저 만났다. 그리고 이 느낌은 내게 있어 헤세를 규정지었다. 헤세는, 따뜻하고 품위있으며 조용한 사람. 그러므로 헤세의 글도 그런 글. 어린 나는 헤세라는 사람을 존경했다. 힘든 시기에 헤세를 만났고, 너무 힘들어서 헤세를 잊었다. 하지만 내 마음에 그는 언제나 느긋하게 갠지스 강을 내려가는 배 안에서 천천히 책이나 읽는 사람이다. 어떤 곳에 있더라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사람은 못 되었다.

세. 헤세. 따뜻한 오후의 저녁놀처럼 천천히 난 물들었고, 어느샌가 난 그와 함께 있게 되었다. 헤세는 내게 책을 산다는 것의 놀라운 기쁨과 가치를 알려줬다. 어린 소년이 처음으로 책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았을 때처럼 난 지금도 책을 살 때면 두근거리게 된다. 그 사랑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래, 책이 있는 이 세계는 너무나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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