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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심플 플루트 A to Z, 감상.

by UVRT 2009. 1. 8.


심플 플루트 A TO Z

저자
미셸 드보스트 지음
출판사
음악세계 | 2008-04-15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심플 플루트 A TO Z』. 이 책은 플루트를 한번이라도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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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아닌 책도 충분히 재밌다. 이유는 단순하다. 책이니까. 인간에게 있어 최상의 가치는 어쩌면 재미일지도 모른다. 재미 없는 것들은 모두 사라져가고 과거의 유산이 되어 땅을 뒤집고 바다 속 깊이 들어가서 뻘짓을 해야 발견된다. 그런 면에서 예술은 충분히 재미가 보장되는 행위고 독서 또한 불멸의 재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 과거부터 아직까지 살아남은 걸 보면 말이다. 그럼 예술에 관한 책은 어떨까? 말해서 뭐하겠나. 적어도 세 배는 재밌겠지.

책이 간단하는 않다. 그런데 내용은 간단하다. 밥 아저씨의 '그림을 그려요'와 비슷~하다. 대충 쓱쓱 설명해버리고는 이렇게 말하면서 씨익 웃는다.

"참 쉽죠?"

참이나 쉽겠다. 그건 당신들이 대단해서 그런 거라고. 요즘 무협은 10갑자도 우습고 처년 내공도 심심하면 나오는데, 이 1갑자 플루트 심공을 연마하신 드보스트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공 많아봤자 별 거 없습니다. 그냥 걸리적 거리는 녀석들 때려죽이는데 부족함만 없으면 돼죠. 혹시 때려패는데 내공이 딸려요? 그건 당신이 효율적으로 내공을 안써서 그런 겁니다. 언제나 내공의 3/4만 쓰세요. 모든 내공을 사용하는건 장기적으로 봐서 좋지 않습니다."

호 통제라. 중요한건 폐활량보다 효율이었다. 플루티스트가 굳이 심해 잠수부의 폐활량을 지닐 필요는 없었다. 고래의 숨을 쉰다면 좋겠지만 올바르게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면 금붕어의 숨응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플루트는 간단하고, 이 책은 그 설명서다. 물론 다른 제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오픈 클로즈 식이 다를 수도 있으며 C 풋, B 풋일 수도 있고 오픈 홀일 수도, 클로즈 일 수도 있다. 당신에게 브리치알트 키가 있건 없건 알바 없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바로 플루티스트인 당신, 본인이다.

학은 악기를 분석하려 하지만 예술은 언제나 악기를 과학의 영역 밖으로 밀어낸다. 누군가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진동을 완벽하게 패턴화해서 전자 바이올린으로 승화시켰다고 치자. 장담컨데 그건 나무 스트라디만 못하다. 이미 나무로 만든 스트라디는 자신을 단련하여 풍부하고 깊어지며 나무를 초월한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한낱 진동수와 전도률, 매질의 차이 따윈 중요한게 아니다. 이 것은 과학으로 설명되기를 거부하는 예술의 혼이다. 그 혼은 오늘도 수 천, 수 만의 악기들을 단련시키고 승화시키고 있다. 플루트도 마찬가지다. 매력적이고 풍부하며 깊고 맑은 그 소리는 악기에서 나오는게 아니다. 사람에서 나온다. 바로 당신의 예술적 혼에서.

간단하게 자신을 믿고, 그리고 즐겁게! 플루트를 연주하자. 드보스트씨도 이렇게 말했다.

"노력은 중요하지만 고통은 사절이다."

내 몸 망쳐가면서 플루트를 불어야 할 필요는 없다. 멀쩡히 몸 간수하면서도 즐겁게 연주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몸을 혹사해야 하나? 전통과 올바름? 놀고 있네. 나만 편하면 장땡이지! 엠부셔 위치가 비틀려도 내가 편한데 어쩌라고. 운지법이 정통과 달라? 내 손가락 편하고 소리만 제대로면 됐지 이 사람아.

이 플루트를 불지 않더라도 음악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이 책은 깊은 교훈을 준다. 결국 세상은 내 몸 편하고 재밌자고 사는 거다. '전통은 성공한 혁명이'라고 하지 않나.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플루트는 우리 생각보다 단순하고 간단하다. 입으로 바람을 불면 소리가 나고, 손가락을 놀리면 음이 바뀐다. 그리고 그 두가지가 멋들어지게 어울리면 그게 음악이다. 그리고 그 음악을 즐기게 되면 당신도 이미 이 간단명료한 악기의 주인이 되었다.

그래,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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