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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미사고의 숲, 감상.

by UVRT 2008. 11. 11.


미사고의 숲

저자
로버트 홀드스톡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1-09-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SF 장편 소설.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부상을 입고 제대한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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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런 내가 매우 좋아하는 서적에 대해서는 크게 감상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찬양 일색이 될 것이 너무나도 뻔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독서력(讀書力)이 부족한 현재 -뭐, 읽고 있는게 나름 분량 있는 책이라는 것도 한 몫 하지만- 지난 날을 추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미사고의 숲, 내가 남들에게 잘난 척 해보고 싶어서 샀던 최초의 그럴듯한 외국 판타지. 이걸로 난 확실히 느꼈다. 한국 판타지는 아직 한참 남았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판타지는 내가 알던 것처럼 얕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군가 좋아하는 작가를 물으면 주저없이 톨킨이라고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톨킨은 너무 흔해져버린 시점에서 난 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난 좋아하는 작가를 간지나게 '로버트 홀드스톡'이라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좋아하는 작가를 물으면 세상 모든 작가가 좋다고 한다. 나보다 잘 쓰니까 그들은 적어도 나에게 존경받고 우대받을 권리가 있다. 존중받으라, 세계의 작가들이여.

설은 이만 쓰고 이제 책을 감상해보자. 내용은 간단하다. 신화와 환상이 숨쉬는 묘한 숲이 있고 그곳에서 우린 새로운 원형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나의 판타지가 집약된 소녀를 만나고 사랑하고, 난 내가 언제나 찾던 형을 찾지만 형을 죽이고 난 그를 뛰어넘는다. 디오의 말이 귓가에 울린다.

"난 인간을 버렸다. 난 인간을 뛰어넘을테다!! WRYYYYYYYYYYYYYYYYY!"

뭐, 대충 이런 말이었다. 그래, 뛰어넘기 위해선 그 것을 버려야 한다. 죽이던가. 모든 환상-작품 상에서는 아미고, 이미지로 기술된다-과 신화를 뛰어넘지 못하고 하나가 된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환상들을 사랑하고, 그 환상에 얽메여 사랑한다. 그리고 그 환상이 정점에 달할 때 현실은 우리 앞을 가로막고, 대다수는 그 현실에 좌절하지만 일부는 환상을 끌어안고 현실을 굴복시킨다. 그리고 난 그런 위대한 사람을 기리며 이렇게 칭하고 싶다. '작가' 라고. 자신이 꿈꾸던 환상으로 그들은 우리의 현실을 침식한다. 어떤 사실주의도 결국 나를 걸쳐 내 손끝과 입에서 나온다면 이미 나의 환상에 물들어버렸을 것이다. 미사고의 숲은 그런 것들을 매우 기이한 방식으로 나에게 말해줬다. 어쩌면 이 세상 어딘가에 정말 미사고의 숲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모든 환상이 묶여 신화가 되어 있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다큐다. 내게 있어서 이 책은 다큐였다. 그리고 난 그 때부터 확실히 결심했다. 전부터도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확실히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쯤 인 것 같다.

나도 내 안에 숲을 만들기로. 나만의 환상을 맺어 언젠가 나의 신화를 세울 것이다. 미사고는 예술혼이 잠자는 모든 이에게 그렇게 넌지시 말해주고 있다.

'이곳은 환상과 신화가 있는 곳, 현실에 있는 그대여, 그대가 꿈꾸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난 지금도 내가 꿈꾸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어본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